[뉴스핌=김세혁 기자] 톰 하디의 1인2역 갱스터 연기가 빛을 발하는 ‘레전드’가 10일 국내 관객과 만난다.
명품 야구영화 ‘42’(2013)의 브라이언 헬겔랜드가 연출한 ‘레전드’는 영국 시골마을에서 당당히 런던으로 진출했던 1960년대 대표적인 갱스터 크레이 형제의 이야기다.
쌍둥이 갱스터 레지와 로니 크레이의 전성기를 담은 ‘레전드’는 비틀즈와 함께 당대 영국을 대표했던 크레이 형제의 비즈니스와 연애를 파고든다.
촌구석 이스트엔드에서 막이 오르는 ‘레전드’는 크레이 형제가 런던까지 접수하는 과정을 무척 흥미진진하게 그려준다. 레지의 연인 프란시스(에밀리 브라우닝)의 내레이션과 관점에 따라 움직이는 영화의 이야기는 갱스터 특유의 매력을 폴폴 풍기며 객석을 스크린 속으로 빨아들인다.
화면과 구성, 음악 등 다방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보장하는 워킹타이틀이 제작했다는 점에 우선 주목하자. 덕분에 영화는 뛰어난 시대고증, 극적 몰입을 끌어올리는 적잘한 배경음악,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극의 구성 등 모든 면에서 만족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레전드’의 매력은 톰 하디에서 시작해 톰 하디로 끝난다. 톰 하디가 뱉어내는 갱스터 특유의 차진 말투는 영국 영어 억양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듣는 재미도 보장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의 연기력.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인 레지와 로니를 오가는 톰 하디의 연기에는 정말 감탄사가 터진다. 진취적이고 사교적이며 사랑에도 적극적인 레지와 사고뭉치 로니를 동시에, 그것도 몹시 자유롭게 표현해낸 섬세함이 놀랍다. 특히 영화 맨 마지막에 보여주는 짧고도 강렬한 대사 한 마디에선 그만 숨이 멎는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로 떠오른 영국 신성 태론 에거튼의 출연도 객석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물론 비중만 봐서는 영화는 어디까지나 톰 하디의 것이지만 툭툭 던지는 태론 에거튼의 존재감은 충분히 빛난다. 콜린 모건과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 등 조연들의 호흡도 괜찮다. 레지와 사랑에 빠지는 프란시스 역할의 에밀리 브라우닝은 남편이 그저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 갱스터 연인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
개인적으로는 ‘레전드’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는 것이 조금 아쉽다. 폭력을 미학으로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 ‘레전드’는 생각보다는 자극적이지 않고 불편하지도 않다. 오히려 풍자와 해학이 가득하다고 해야 할까. 워킹타이틀 특유의 밝고 명랑한 화면, 특히 미국 감독이 연출했지만 영국 특유의 매력을 정말 잘 살린 영화 속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든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사진=(주)퍼스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