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 6년 만 건조선박 100척 돌파…지역사회공헌 활동도 활발
[수빅(필리핀)=뉴스핌 강효은 기자] 필리핀 마닐라 번화가 마카티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약 110Km 들어오면 에메랄드빛 파도와 함께 대형 컨테이너선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진중공업이 '대한민국 조선1번지'인 영도조선소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선택한 수빅조선소 전경이다.
수빅조선소는 부지 최종 선택 직전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었지만, 필리핀 정부의 지원 아래 모든 걸림돌들을 돌파했고, 올해 필리핀을 세계 4위의 조선 강국으로 이끌었다.
수빅조선소가 조선업의 불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국내 조선업계의 종가(宗家)로 불리는 한진중공업의 오랜 기술력과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 이 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000TEU 컨테이너선 <사진=한진중공업> |
◆ 韓 음악 체조로 일과 시작하는 현지 직원들…'현지화 전략' 완전 안착
11월의 필리핀 수빅조선소는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한창이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 현지 3만여명의 직원들은 아시아 최대 규모인 6도크에서 1만1000TEU급(1TEU는 길이 6m짜리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의 건조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컨테이너선은 수빅조선소가 100번째로 건조한 선박으로 그리스 코스타마레사가 발주했다.
수빅조선소는 완공 후 ▲컨테이너선 59척 ▲탱크선 6척 ▲벌크선 27척 ▲LPG선 8척을 수주하며 이달 건조선박 척수 100척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써 조선업계 종가로 불리는 한진중공업의 기술력도 또 다시 빛을 보게 된 셈이다.
한진중공업에서 근무하는 3만여명의 현지 직원들은 하루 일과를 체조로 시작한다. 오전 7시부터 용접 작업에 들어가는 이들은 다같이 한국 가요에 맞춰 체조를 하고 틈틈이 농구를 하는 등 그들만의 작업 방식을 찾아 수빅조선소에서의 근무 방식을 안착시켰다. 좋은 급여와 복리후생, 안정감은 현지 직원들이 수빅조선소를 평생 직장과 꿈의 일터로 생각하게 할 만큼 신뢰감을 줬다.
8년째 엔지니어로 근무중인 케빈씨는 “수빅조선소의 최대 강점은 장기 직장이라는 점이다. 현재 필리핀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일반인들이 안정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며 “해외 연수기회에다 다양한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조선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경험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은 전체 인력의 90%를 필리핀 현지 직원으로 채용해 인건비를 낮추고 지난 2007년부터 기술훈련원을 설립해 필리핀 직원들에 대한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수빅조선소가 순항할 수 있었던 주요원인은 필리핀에서 40년 이상 사업을 진행해오면서 축적한 한진중공업만의 독자적인 노하우와 두터운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사진=한진중공업> |
◆ 한진빌리지·무료 의료 봉사활동 등 사회공헌활동 '활발'
한진중공업은 수빅시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의료봉사 활동을 실시하는 등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는 이날 24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수빅시 주민 500여명을 대상으로 무료 의료봉사활동을 실시했다.
이번 의료봉사는 현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 20여명과 조선소 및 수빅시 자원봉사자 등 50여명이 참여했으며, 수빅시와의 민관 협력을 통해 진행됐다.
제퍼슨 콩훈 수빅시 시장은 “수빅조선소는 이미 5년 전부터 의료봉사활동 및 건강 증진사업을 수행해 왔으며 주민들에게 무료 진료와 함께 의약품을 지원하는 등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높다”며 “이러한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칭찬받아 마땅하며 국가와 국경을 뛰어넘은 박애주의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수빅조선소는 이밖에 현지 근로자들의 복지 증진과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 1000여 세대를 지어 분양하는 '한진 빌리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빅조선소 근로자라면 누구나 계약금 없이 시세 대비 60% 수준의 파격적인 분양가와 필리핀 정부의 저금리 장기상환(20~30년)의 특혜를 받아 자기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나아가 한진빌리지 부지 내에 총 4개동 8개 교실에 유치원과 초등학교, 고교 과정까지 아우르는 학생 400명 규모의 종합학교를 건립해 필리핀 교육부에 기증했으며, 공원과 버스터미널, 다목적실, 농구장 등의 공공시설과 상업시설까지 무상으로 건립해 기증하는 등 단순 이익 실현 목적을 넘어서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사회 환원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앞으로도 직원 복지 증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인재 양성과 가족 및 인근 주민들에 대한 다양한 의료 지원부터 자선 기부 활동, 국가적 재난 시 원조 사업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라며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주민들을 찾아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봉사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이 설립한 한진빌리지 내 종합학교 초등학생들 <사진=강효은 기자> |
[뉴스핌 Newspim] 강효은 기자 (heun2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