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직원 1150명 고용 불안에 깊은 한숨…中企브랜드 피해 더 클 것
[뉴스핌=강필성 기자] “요즘 직원들이 모이면 우리가 어떻게 될지 이야기하며 불안에 떱니다. 일이 거의 손에 안 잡히는 상황이죠.”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근무하는 수입화장품 매장 직원의 말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월드타워점은 시내면세점 운영권 획득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곳이다. 사업권 지키기에서 실패하며 올해 말로 만료된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점포를 폐점해야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혼비백산한 것은 두말할 것 없다. 롯데면세점이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잃으면서 고용에 대한 불안감은 커졌다. 현재 월드타워점에는 롯데면세점 직원과 협력사 직원을 포함해 총 1300명이 근무 중이다.
19일 오전 기자가 직접 방문한 월드타워점은 겉으론 차분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만나는 직원마다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각 매장에서 직원들끼리 어두운 표정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수입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분위기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이 떨어지게 무섭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직원은 “지금 근무하는 직원들의 분위기가 너무 안좋다”며 “아기 엄마들이 육아를 위해 인근으로 많이 이사했는데 하루아침에 아무런 준비 없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으니 충격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두산이나 신세계에서 인력을 흡수하겠다고는 하는데, 정작 우리 브랜드가 해당 면세점에 들어갈지도 모르겠고, 더구나 경력에 맞는 자리로 가야하는데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며 “월드타워점에서 초기부터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런 상황이 된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실제 월드타워점의 폐점 과정에서 고용 문제의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부분은 바로 협력사 직원들이다. 월드타워점에 근무하는 1300명 중 1150여명은 롯데면세점이 아닌 입점한 협력사나 파견 직원이다. 각 브랜드에서 파견한 직원들은 월드타워점과 함께 폐점되는 매장에서 모두 철수하게 된다.
두산과 신세계에서 근무 인력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지침을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해당 업체가 자사 면세점에 입점할 때 이야기다. 미입점 브랜드의 폐점 매장 직원들을 재고용이 어렵다.
월드타워점에 입점한 한 브랜드의 직원은 “대기업 브랜드보다 고객들이 덜 찾는 중소기업 브랜드가 더 큰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며 “5년마다 점포가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갑’인 해외 명품 브랜드가 신세계나 두산의 면세점에 입점할지도 알 수 없다”고 귀띔했다.
침울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진=강필성 기자> |
롯데면세점 소속 직원 130여명 역시 침통한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역시 근무지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타지로 전근을 가야하는 상황이다.
이날 월드타워점에서 만난 신선아 지배인은 “롯데면세점 직원도 동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다른 점포로 이동한다고 하지만 이미 각 점포에 적정인력이 배치된 상황에서 잉여인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 지배인은 또 “우리끼리 5년짜리 계약직이라는 말이 많다. 다른 지점에 배치되더라도 2년, 5년 뒤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고용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롯데 공채로 입사해 롯데면세점에 배치된 것을 좋아하던 어린 친구들은 충격이 크다”고 했다.
실제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은 2년 뒤, 소공점은 5년 뒤 다시 특허권 만료에 따른 경쟁입찰을 겪어야한다. 이번 경우는 그나마 롯데그룹이 월드타워점 인력을 다른 면세점이나 다른 계열사에서 최대한 흡수하도록 하겠다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결국 시내면세점 특허권이 만료되는 5년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은 면세점 역사상 특허 연장 실패로 폐점하는 첫 점포가 됐지만 이런 사례는 5년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면세점 사업자가 신규 사업자에 특허권을 내주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상 면세업계 전반적인 투자 위축과 고융 불안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 면세업계가 글로벌 면세점과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정작 안방인 국내에서 매장 유지와 인력 유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태인 셈. 이날 만난 월드타워점의 또다른 직원은 “지금 중국과 일본이 면세사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왜 면세점이 내부(국내)에서 경쟁하다가 폐점하고 직원을 내몰아야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