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업 3분기 실적 희비 엇갈려…환율 영향 극명
[뉴스핌=황세준 기자]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환율 상승이 자동차와 철강에 독이 된 반면 전자와 반도체에는 약이 됐다.
22일 현대자동차는 3분기 연결 매출액 23조4296억원, 영업이익 1조5039억원, 당기순이익 1조2060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0.1%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8.8%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25.3% 줄었다.
현대자동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추정치인 1조5957억원에도 못미쳤다. 이처럼 수익성이 악화된 데는 환율이 결정적이었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올랐지만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 통화와 유로화 가치가 하락해 이를 상쇄했다. 여기에 북미 등 주요시장에서 엔화 및 유로화 약세를 앞세운 경쟁업체들의 판촉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마케팅 활동을 늘린 것도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재경본부장)은 “달러/원 환율이 전년 대비 13.8% 상승했으나 루블화 34% 하락, 유로화도 4.7% 떨어졌다”며 “달러/원 환율 효과가 이종통화에서 희석됐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8.1%, 16.1% 감소했던 것에 비해 감소폭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계열사인 현대제철도 같은날 비슷한 성적표를 내놨다. 현대제철의 3분기 연결 매출액은 4조8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309원으로 12%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80% 감소한 26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제철은 당기순이익 급감 배경에 대해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 환산손이 늘었고 당기순이익 급감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포스코도 환율로 인해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았다. 포스코는 3분기 연결 순손실 658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 했다.
해외 투자법인의 현지 차입금에 대한 환산손 3800억원, 신흥국 환율하락에 따른 지분법 손실 1490억원이 회계에 반영됐다. 원료가 하락 및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른 보유 광산과 투자 주식의 가치 하락분 3880억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신일철주금과의 소송 합의금 2990억원 등 총 1조2160억원의 영업외손실이 발생했다.
자동차와 철강업종에 환율이 독이 된 반면 전자·반도체업계는 환율 효과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거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연결 매출액 4조9250억원, 영업이익 1조3830억원, 당기순이익 1조480억원을 달성했다고 22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6%, 영업이익 14% 증가하고 순이익 4% 감소한 실적이다.
회사측은 모바일용 제품 판매 확대와 우호적인 환율에 힘입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했고 이익은 법인세 비용 등을 반영했다며 7분기 연속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고 밝혔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사 3분기 영업이익은 최근 상향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한다"며 "높은 출하량 증가율 및 제품 믹스 변화에 더해 15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환율 상승 효과와 판관비 규모 유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달 초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경우도 반도체 부문에서 환율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조3000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를 공개했는데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6조5000억원~6조6000억원 수준보다 7000억원 이상 많은 ‘깜짝실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깜짝실적의 1등 공신은 반도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이 2분기 3조4000억원에 이어 3분기 3조6000억원~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 중 주력인 D램 경우 전세계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정도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 회사의 제품이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환율 상승으로 인한 효과가 크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