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산업 성장한계에 시장반응 '미지근'
[편집자] 이 기사는 10월 16일 오후 5시 9분 뉴스핌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스핌=한태희·김나래 기자] 한솔제지 주가 부진에 한솔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주가가 올라야 지주회사 체제 개편을 마무리하고 오너 일가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데 주식시장은 싸늘하다. 한솔제지 주가는 지난 4월 2만4800원으로 연중 고점을 찍은 후 줄곧 2만원을 밑돌고 있다.
16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안간힘을 써도 오르지 않는 한솔제지 주가에 한솔그룹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장기 성장 전략을 내놓고 대표이사가 자사주를 매입해도 한솔제지 주가는 제자리 걸음이다.◆ 주가 2만원 밑돌아…올 최고점 대비 20.8%↓
이날 한솔제지 주가는 전날보다 50원(+0.25%) 오른 1만97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52주 최고가인 2만4800원에 거래될 때보다 약 20% 낮은 가격이다. 지난 7월28일 1만원대로 떨어진 후 약 3개월간 주가는 1만9000원대~2만원 극초반대를 넘나들고 있다.
문제는 한솔제지가 적극적인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데도 주가는 제자리 걸음이란 점이다. 이상훈 한솔제지 대표는 이달 1일 창립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제지사업군 매출을 2020년까지 3조원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에 앞서 지난 8월엔 이례적으로 2020년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또 지난달엔 이 대표가 한솔제지 주식 5000주(약 1억원 규모)를 매입했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대표가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성장 전략 의지를 대내외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오너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맞물린 한솔제지
하지만 시장에선 다르게 분석한다. 한솔제지의 최종 목적지는 지주사 전환 마무리 및 오너의 그룹 지배력 강화라는 것.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넘게 보유해야 한다. 다만 지주사 전환 시 2년 유예 기간을 준다. 이에 따라 한솔그룹 지주사인 한솔홀딩스는 내년 연말까지 한솔제지 지분을 20%를 보유해야 한다. 지난 6월말 한솔홀딩스가 보유한 한솔제지 지분은 15.33%. 지분을 높이려면 주식을 사야 하는데 현금이 필요하다.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한솔홀딩스가 한솔제지와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솔홀딩스 주식(신주)을 주는 대가로 한솔제지 주식을 넘겨 받는 것.
KB투자증권 강선아 연구원은 "한솔홀딩스가 한솔제지 지분을 20% 이상 확보하기 위해서 주식 스왑과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때 한솔제지 주가가 높을수록 한솔홀딩스 주식을 더 받는다. 예컨대 한솔제지 주가가 1만9650원에서 3만원으로 오르고 한솔홀딩스 주가가 7340원(16일 종가)이면 한솔제지 주주는 한솔홀딩스 주식을 1주당 2.67주에서 4.08주를 받을 수 있다.
이때 조동길 회장이 보유한 한솔제지 주식(55만2724주, 3.34%)을 한솔홀딩스에 전부 넘기면 한솔홀딩스 지분은 4.16%에서 9.45%으로 오른다. 현재도 단일 최대주주인데 이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것. 더욱이 이인회 한솔홀딩스 고문과 계열사 등 특수관계 지분까지 합하면 약 18%까지 오른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이 한솔홀딩스 지분 12.79%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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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그룹 지배구조 / <자료=KB투자증권> |
◆ 시장 신뢰얻지 못한 주가 부양책
주가 부양책이 오너 그룹 지배력 강화에 맞춰져 있다보니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한솔제지가 내놓은 성장 전략도 시장의 신뢰를 얻기에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왜 (주가가) 안오르냐고 하면 밸류 매력이 없고 성장 모멘텀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제지업종이 한계가 있는 산업이다보니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임홍규 신한금융투자 PB는 "자사주 산다고 해서 주가 부양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지업종은 메리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주식스왑을 해야하기 때문에 주가를 올려할 당위성은 충분하다"며 "무엇으로 주가를 올리냐가 중요한데 종이는 뻔한 상품 산업이 됐기 때문에 시장이 내용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김나래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