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책임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 사태와 관련해 11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롯데에 대해 느끼신 실망과 우려는 모두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신 회장 사과문의 첫 머리다.
공식적인 사과문을 내놓기는 지난달 27일 분쟁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이후 꼭 16일 만이다. 반(反)롯데 정서가 퍼질 대로 퍼진 상황에서 이번 사과문 발표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최근 불거진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 지배구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김학선 사진기자> |
일단 신 회장 사과문에 담긴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해법찾기는 이렇다.
그는 우선 복잡하게 얽혀있는 순환출자 고리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경영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현재 남아있는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약 7조원 가량 들여서 연말까지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416개인 순환 고리를 대략 330여개 정리하겠다는 이야기다.
또한 국내 재계 서열 5위의 굴지의 그룹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꼭꼭 걸어 잠궜던 대문을 시장에 발맞춰 활짝 열기로 했다. 시장의 감시를 받겠다는 선언이다.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호텔롯데의 주주인 일본의 L투자회사가 가지고 있는 지분 비율도 상장 과정에서 주주구성이 다양해 질 수 있도록 대폭 축소하겠다고 했다. L투자회사를 이해관계자 앞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호텔롯데가 급격히 성장하며 투자기업인 일본 롯데제과 등이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을 분할했는데 이때 투자부문에서 남은 법인들이 오늘의 L투자회사라고 그는 전했다.
신 회장의 이같은 선언은 사실 이번 사태 이전의 폐쇄적 롯데그룹 지배문화를 놓고 보면 경천동지(驚天動地)의 결단이다. 그는 이를 "모두 제 책임"이라는 표현으로 완성했다.
이는 바꿔보면 '이제 롯데는 신동빈 책임의 시대'라는 선언적 의미를 강하게 담고 있는 것으로도 읽힌다. 책임은 영어로 'Responsibility'이다. 대답(Respond)와 능력(Ability)가 합쳐져 책임이 된다.
신 회장 자신이 이번 사태에 대한 답을 찾고 능력을 발휘하는 위치라는 점을 국민들 앞에서 강하게 어필하면서, 책임지고 신동빈의 롯데를 만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신 회장의 이런 책임에 대한 결연한 의지 속에는 이번 사태가 경영권 분쟁이 아닌 '가족간 갈등'이라는 일관된 견해가 강하게 묻어난다. 그는 이번 사태와 롯데의 사업을 연결짓지 말라고 했다.
다만 그의 사과문에 담긴 책임적 선언이 국민들에게 어떤 답을 줬느냐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반롯데 정서가 쉽사리 내려 앉을까는 여전히 의문이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사과는 있었지만 화해는 없었다'는 이번 사과문 발표. 사태를 깔끔하게 정리하는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유통부장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