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따른 산유국 재정 압박에 자산 '팔자'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세계 7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국부펀드 투자 자금이 썰물을 이룰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와 주목된다.
상품 슈퍼사이클에 기대 주머니를 채운 이른바 ‘페트로스테이트’가 유가 폭락에 재정난을 맞았고,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해외 투자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얘기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국부펀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이들 펀드가 전세계에 투자한 자금이 7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가 상승 곡선을 탔을 때 국부펀드는 바클레이즈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의 지분부터 맨해튼 호텔을 포함한 노른자위 자산, 여기에 유럽 축구팀까지 전방위 자산 매입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의 투자 열기가 꺾인 것은 물론이고 유동성이 반전을 이룰 것으로 우려된다. 유가 폭락에 산유국들의 재정에 커다란 흠집이 발생했고,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내년 예산 공백을 채우기 위해 8200억달러 규모의 자산 가운데 일부를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 자산시장이 또 한 차례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국부펀드연구소의 마이클 마듀엘 대표는 “국부펀드의 자금 회수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전세계 자산 시장이 하락 압박을 받는 한편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런던의 금융서비스업 로비 그룹인 더씨티UK는 2015년 연간 국부펀드 자산 증가율이 4%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해까지 5년 평균치인 12%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바클레이즈는 2014년 말을 기준으로 5년간 국부펀드의 투자 규모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 규모와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때문에 유동성 흐름에 반전이 본격화될 경우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다.
산유국의 재정 악화는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순해외자산이 지난 8월 6545억달러를 기록, 2013년 2월 이후 최저치인 동시에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국제 유가 폭락으로 인해 사우디 아라비아는 2007년 이후 첫 채권 발행을 실시한 한편 각종 프로젝트를 보류하는 등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상황은 중동의 다른 산유국도 마찬가지다. 쿠웨이트와 카타르, 아랍 에미리트 연합(UAE) 등이 일제히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더씨티UK의 안잘리카 바르달라이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일 경우 일부 산유국이 국부펀드의 해외 자산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소식통에 따르면 카타르 국부펀드가 프랑스 건설업체 빈치의 지분을 4억달러에 매각했고, 앞서 두 건의 런던 오피스 빌딩을 8억4200만달러에 팔았다.
노르웨이는 내년 오일머니로 충당해야 하는 예산이 2080억크로나에 이르는 데 반해 정부가 예상하는 석유가스 부문의 수입이 2040억크로나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부펀드를 통해 부족한 예산을 채울 여지가 높다는 판단이다.
이 밖에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이 같은 행보를 취하는 움직임이다.
아부다비상업은행의 모니카 말리크 이코노미스트는 “저유가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산유국의 예산 압박이 높아질 것”이라며 “국부펀드의 자산 매각 움직임이 내년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