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번영의 오아시스 아니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경제가 전세계의 영향을 받지 않고 홀로 번영의 오아시스로 존재할 수는 없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일침이다. 그는 1998년 연방기금 금리를 75bp 인하하며 이 같이 경고했다.
미국 금융위기 이전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통했던 그린스펀 전 의장의 예측이 17년이 지난 지금 현실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거듭 금리인상 발목이 잡힌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딜레마가 그린스펀 전 의장의 경고와 일치한다는 얘기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출처=블룸버그통신] |
사실 발언 당시 미국 경제는 ‘오아시스’가 영원할 것처럼 보였다. 그린스펀 전 의장의 경고와 달리 1995~1999년 미국 경제는 평균 4.2%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4.6%에서 3.8%로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가계 실질소득 중간값은 30년래 최고치에 달했고, 기업 투자 역시 천정부지로 늘어났다. 20년간 정체됐던 생산성 역시 연율 기준 2.5%까지 상승하는 등 저인플레이션과 고성장의 이른바 골디락스가 펼쳐졌다.
외풍에 따른 미국 경제의 쇠퇴를 겨냥한 그린스펀 전 의장의 금리인하는 기술주를 필두로 자산 버블을 양산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의 현주소는 과거 중앙은행 수장의 발언을 되새기게 한다고 마켓워치는 강조했다.
이번에는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 잠재 리스크로 부상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를 일으켰던 대만과는 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성장 둔화 및 금융시장 혼란은 전세계 경제를 흔드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과도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해외 채권국이며, 2위 교역 파트너로 전체 무역의 1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요 상품시장에서 중국의 수요는 50%에서 크게는 약 100%의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내부적인 경제 펀더멘털 역시 건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성장률을 좌우하는 두 개 축인 노동력 성장과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다.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이미 2011년부터 은퇴하기 시작했고, 매일 1만명에 이르는 인구가 은퇴 연령에 이르는 실정이다.
베이비부머 마지막 세대가 은퇴를 맞는 2029년이면 미국 인구의 20% 이상이 65세를 웃도는 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투자 감축과 함께 인구 고령화는 생산성을 급격하게 떨어뜨리고 있다. 2009년 미국 경제가 침체를 벗어난 이후 생산성은 평균 1.3%로, 1990년대 후반의 절반 수준에 머무는 실정이다.
마켓워치는 옐런 의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린스펀 전 의장 당시의 ‘오아시스’가 재연되기를 희망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