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반발 많아..."기득권· 관련 조직 축소 저항" 시각도
[뉴스핌=노희준 기자] 전국은행연합회가 조만간 ATM(현금자동입출금기) 공동운영 방안의 구체적인 실익 검토와 함께 은행들의 의견 수렴에 나선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은 부정적인 입장이 많고 이런 의견이 금융감독당국에도 이미 전달된 바 있어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료제공=금융연구원> |
ATM 공동운영은 개별 은행이 투자·운영하는 ATM를 CD VAN 사업자에게 아웃소싱하는 방안 등으로 공동 관리하는 것으로 은행 간 중복설치 방지 등을 통해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돼 왔다.
하 회장이 이런 지시를 내린 것도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운영에 적자를 내고 있는 ATM의 정리를 통해 은행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차원이다. 단적으로 올해 2분기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1.58%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국내 ATM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공급 과잉상태에서 연간 1대당 160만원의 운영손실(2012년)내고 있다. 점포 정리와 인터넷뱅킹 확산에 따라 2013년 말 4만7937개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 6월 말 4만6668개까지 줄었지만, OECD에 견주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말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자동화기기(ATM+CD)대수는 290개로 OECD국가 중 가장 많다. OECD 평균 99.3대(2013년)의 3배에 이른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박사는 "점포 안의 점두형 ATM은 일단 놔두더라도 돈이 많이 드는 편의점 등 24시코너의 점외형 ATM은 아웃소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1~2개 은행의 비용으로 전체 은행의 ATM 운영비를 줄이고 고객은 공동운영 ATM을 이용해 타행 공동망 이용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채널 경쟁력 상실, 소형사의 '무임승차' 가능성 등의 이유로 부정적 입장이 적지 않다.
한 은행 채널담당 부장은 "많은 채널을 갖고 있는 것도 경쟁력인데 개별은행은 그 경쟁력을 버리라는 얘기"라며 "거래건수별로 비용을 분담하면 대형은행이 많이 내고 소형은행은 무임승차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ATM 공동운영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은행 채널담당 부행장은 "ATM은 점포 내부가 대부분이고, 점외형도 제휴나 계약에 의해 독점적으로 들어간 것이라 은행이 경쟁적으로 들어간 데는 역사나 고속도로 휴게소로 많지 않다"면서 "경쟁적으로 들어간 곳도 밴사와의 제휴를 통해 공동운영과 비슷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햇다.
은행권의 부정적 입장이 관련 조직부서의 축소 등에 따른 저항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채널기획부에 물어보면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 조직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통장기반 금융거래 관행 혁신방안 수립 때 은행권 공동 ATM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은행 의견을 수렴했는데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