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은행, 중신증권 주총 안건 부결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중국 초상은행의 안건 의결 과정에서 나타났다. 초상은행은 지난주 우리사주 규정 수정안에 대한 승인을 주주들에게 요구했다. 주요 투자자들이 주식 보유량을 늘려 주식시장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증권당국의 지시에 따른 조치였다.
앞서 지난 6월 주주들이 해당 계획 원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한 바 있어 이는 형식상 절차로 판단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홍콩 주주의 42% 가량은 은행장과 비상임이사가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자사주를 매입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수정안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전체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될 수 있는 해당 수정안은 부결됐다.
한 달 전 중국 중신증권도 이 같은 사건을 겪었다. 당시 중신증권의 홍콩 주주 대다수는 중국 사회보장기금에 115억홍콩달러 규모의 신주 발행 계획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해당 계획은 최종적으로 통과됐지만, 주주 4분의 1 이상이 반대표를 행사할 정도로 반대 의견이 거셌다.
외국 증시 전문가들은 정부와 가족 중심 경영이 일반화된 낙후된 아시아권에서 이 같은 투자자들의 행보는 매우 드문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투자자들이 기업에 반기를 든 것은 중국 주식시장 붕괴와 당국 규제단속 강화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 ISS는 "초상은행이 비상임이사의 할인 지분 매입 계획안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주주들에게 수정안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건이 중국 기업의 소유 구조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이 제한적이나마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함에 따라 기업들이 더 이상 외국인 주주의 지지를 당연시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