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남현 기자] 명절이면 의례적으로 하는 행사가 있다. 바로 한국은행에서 돈을 시중에 푸는 소위 자금방출이다. TV 뉴스와 신문,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로 전해지는 이 광경은 한편 장관이다. 사람 키높이 만큼 돈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견물생심이랄까 그중 한 덩어리만이라도 내돈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한번쯤은 가져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은은 명절 때만 되면 이같은 행사를 할까. 또 그 많은 돈은 누구의 돈이고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정건식 한은 화폐수급팀장과 김광명 한은 발권기획팀장의 도움으로 이같은 궁금증들을 풀어본다.
◆ 한은은 왜 명절때만 되면 돈을 푸나.한국은행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2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본점에서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으로 방출할 추석 자금을 옮기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한은이 돈을 푸는게 아니다. 자금방출이라는 말도 잘못됐다. 방출이라는 말은 정책적 목적에 의해 의도적으로 정부에서 민간에 푸는 것이다. 추곡방출이 대표적 예다.
정확히는 자금공급이다. 즉 시중은행이 한은에 개설한 당좌예금 계정에서 필요한 만큼 찾아가는 것이다. 시중은행이 지급청구를 하면 한은은 계좌에 그만큼의 잔고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돈을 내주는 것이다.
시중은행이 나름대로 현금수요를 예상해 한은에서 찾아가는 것이다. 시중은행은 돈을 찾아가서 지점에도 배분하고 자동인출기(ATM/CD기)에도 넣어 둬 고객들의 수요에 대비한다.
◆ 시중은행이 한은에 맡긴 돈이 있다고.
- 지준제도를 통해 은행이 한은에 예치해야하는 금액(지준율)이 있다. 시중은행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돈 중 수시입출식예금 등은 7%, 정기예금 및 적금 등은 2%, 장기저축성예금 등은 0%다.
예를 들어 5%라면 이에 해당하는 금액 전부를 한은에 입금해야한다. 다만 한은은 일정부문 시중은행이 시재로 갖고 있으면 이를 지준예치를 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인허율이라는 개념이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금고 문제나 실물관리에 대한 불편함 등으로 가급적 한은에 입금하려하는 경향이 있다. 지준도 한달에 한번씩만 맞추면 돼 은행이 필요에 따라 (한은에 맡긴) 돈을 찾아갈수도 입금할수도 있다.
◆ 명절 자금방출 자금은 모두 새돈(신권)인가.
- 그렇지 않다. 시중은행이 자기 필요에 따라 요구한다. 한은에 지급청구를 할 때 총액은 물론 5만원권 몇장, 1만원권 몇장 하는식으로 권종과 함께 신권 몇장, 사용권 몇장 등 돈의 상태에 대해서도 규모를 정해 요청한다.
한은은 가급적 시중은행이 요청하는 대로 돈을 내어주지만 한은도 한은 금고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하기도 한다. 물론 시중은행이 지급을 청구한 총액 규모는 맞춰준다.
◆ 쌓여있는 돈은 얼마나 되고 어느 은행이 가장 많이 찾아가나.<자료제공 = 한국은행>
- 한은 본점에서 자금방출을 할 때 쌓아둔 돈은 TV 카메라와 사진촬영을 위해 연출한 돈이다. 5만원권과 1만원권으로 대략 1000억원이 넘는다.
실제 시중은행에 나가는 돈은 따로 있다. 차에 싣는 모습이 찍혀 보도되는데 바로 이 돈이 실제 시중은행에 나가는 돈이다.
어느 은행이 얼마나 가져가는지는 금융기관의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 다만 설과 추석 명절때면 화폐공급 실적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명절전 10영업일간의 순발행액을 공개한다. 올해 추석 명절에는 4조7057억원이 나갔고, 지난 설 명절에는 5조2295억원이 나갔다.
설엔 세뱃돈 수요가 있어 추석보다 돈이 더 나간다. 다만 명절 연휴기간이 며칠이 되느냐와 명절이 월중 초중후반중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공급실적 규모가 좌우된다.
◆ 한은 본점과 영업본부 전지역에서 이처럼 돈이 나가나.
- 한은은 본점과 16개 지역본부가 있다. 이중 화폐수급을 하는 곳은 본점과 강남, 경기,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제주 7개 지역본부 등 총 8곳에서만 이뤄진다. 대형 S은행의 경우 한은 본점이 아닌 서울 강남지역본부와 거래하고 있다.
◆ 이렇게 풀린 돈은 한은에 돌아오나.
- 통상 명절연휴가 끝나고 10영업일 이내에 많이 되돌아온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공개되는 월별 화폐발행잔액을 보면 명절을 전후해 급격히 늘었다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 화폐발행잔액이 올 설이 있었던 2월 5조69억3600만원 늘었다가 3월 2조4579억5300만원이 감소했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