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친환경 이미지에 분노…폭스바겐 운전자에도 불똥
[뉴스핌=송주오 기자] 배기가스 조작 논란이 폭스바겐그룹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180도 바꿔 놓고 있다. 폭스바겐은 그동안 '클린디젤'을 강조하며 친환경 기업으로 인정받아 왔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고 '더티 기업'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게 됐다. 특히, 일부 차종에서 기준치에 40배에 달하는 배기가스가 검출되면서 '매연차'라는 오명과 함께 소비자들의 불신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배기가스 조작과 관련 폭스바겐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특히 가족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폭스바겐을 향해 힐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배기가스가 실내로 유입되는 것도 확인해야 하는 거"아니나며 차량 자체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폭스바겐 차량 가까이에 가면 안되겠다"며 "폭스바겐 운전자도 스스로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글을 남겼다. 일부에서는 폭스바겐 운전자들까지 싸잡아 비난할 정도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비난은 폭스바겐이 그동안 강조해온 '클린디젤'이 조작된 진실이었다는 점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자사가 사용하는 TDI 엔진이 배기가스 감축과 고출력을 동시에 달성했다고 강조해왔다. 이른바 '클린디젤' 마케팅이다. 이같은 마케팅 전략으로 폭스바겐의 차량은 디젤엔진을 사용했음에도 친환경적 요소를 갖춘 것으로 여겨졌다.
클린디젤이란 가솔린 모델 대비 연비 효율은 높으면서 엔진에 촉매장치 등을 달아 유해물질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디젤 엔진을 말한다.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디젤엔진의 경우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0.4g/㎾h 이하다. 이럴경우 질소산화물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 가솔린 모델과 유사한 수준으로 근접해진다.
업계에서도 폭스바겐이 성취한 기술력에 감탄했을 정도다. 배기가스를 줄이면서도 엔진 자체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실이 알려지기 전 폭스바겐 차량을 연구할 때 높은 기술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조작된 '클린디젤'을 등에 업고 폭스바겐은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 했다. 2013년 2만5649대를 팔아 BMW에 이어 수입차 시장에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작년에는 3만719대로 업계 3위에 올랐다. 올해도 8월까지 2만4778대로 BMW, 벤츠와 함께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다.
폭스바겐의 성장은 이번에 문제가된 1.6ℓ와 2.0ℓ TDI 엔진 모델이 이끌어왔다. 올해 기준으로 골프 2.0ℓ은 4728대, 제타 2.0ℓ 2180대, 파사트 2.0ℓ 3998대 등의 실적을 올렸다.
환경부는 미국에서 문제가 된 폭스바겐 비틀, 제타, 골프와 아우디 A3에 대한 배기가스 검출 조사에 착수했다. 문제가 된 차량의 엔진과 같지는 않지만 배기가스 검출 조작 여부가 핵심 포인트라는 게 환경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환경부의 조사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가 된 모델은 유로5 기준을 충족한 엔진을 탑재한 차량들이지만 환경부가 조사에 나선 차량은 유로6 기준을 충족한 차량이기 때문이다. 모델명만 같을 뿐 차체의 구조와 엔진의 구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겠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토부도 연비를 재측정하겠다고 나섰다. 배기가스 저감장치(EGR)가 연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미 '클린디젤'이 허구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4월 환경부 국립환경연구관의 엄명도 연구관은 "'클린디젤'은 잘못된 용어로 없어져야 한다"며 "유로6 등 최신 기술을 통해 디젤이 내뿜는 공해 물질이 줄어들긴 했지만 요소수 등 저감물질을 제때 채우지 않거나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해 물질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