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균형 상태서 공급과잉으로 전환..수익성 악화 우려
[뉴스핌=정경환 기자] 잇따른 증설에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프로필렌(Propylene, C3) 공급 과잉 우려가 일고 있다.
22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울산석유화학단지의 프로필렌 수급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한 것인데,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로필렌은 무색의 기체로, 납사 등 분해 시 에틸렌과 같이 생산되거나 유동층분해공정(FCC)의 부생가스로부터 추출, 또는 프로판을 탈수소해 만들어진다. 폴리프로필렌, 아크릴로니트릴(AN), 프로필렌 글리콜(PG), 옥탄올 등 프로필렌 계열 제품의 원료로서 에틸렌과 함께 석유화학공업의 대표적인 기초유분이다.
현재 울산석유화학단지에서는 SK에너지와 대한유화, 효성, S-OIL 그리고 태광산업이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있는데, 수급상황은 공급과 수요가 거의 같은 수준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여름 효성이 30만톤(t) 증설하면서 공급과 수요의 차가 제로(0)다"라고 언급했다.
울산지역 프로필렌 연간 수요가 약 240만톤인데, 효성이 최근 연산 30만톤 규모의 탈수소화공정(PDH) 설비 가동에 들어가면서 공급이 수요와 같은 수준에 다다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향후 SK가스와 S-OIL이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프로필렌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어서 수급 균형 상황은 조만간 깨질 전망이다.
SK가스는 지난해 10월 울산에 PDH 공장 착공에 들어가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필렌 전용 생산공장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로, 2016년 초 상업가동을 시작해 연간 약 70만톤의 LPG(프로판)를 원료로 약 60만톤의 프로필렌을 생산하게 된다.
이어 S-OIL은 지난 17일, 총 4조7890억원 규모의 울산 공장 신규 시설투자를 결정, 자체적으로 프로필렌을 만들어 연간 40만5000톤의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필렌으로 폴리프로필렌을 만들 때, 대개 만들어지는 폴리프로필렌 대비 1.1배의 프로필렌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프로필렌 공급이 약 100만톤 초과, 업계는 향후 가격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포화 상태인데 대규모 증설 투자가 연이어 나오면서 업계의 걱정이 컸다"면서 "특히, 얼마 전의 S-OIL이 투자를 검토하는 단계에서는 업계 내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효성이나 S-OIL은 자급 목적으로 설비를 늘린 것이긴 하다"면서도 "공급이 늘어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공급 과잉이 문제가 되는 것은, 프로필렌 특성상 운반이 쉽지 않아, 그만큼 운반비용이 많이 들기에 가급적 생산지역이나 그 인근에서 소비가 이뤄지는 게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필렌의 특성상 운반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에 생산지역에서 수요처를 찾는 게 최선이다"며 "수출할 수 있다 해도 운반비 부담이 늘고,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수출 여건도 그리 좋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도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상황인 탓에 프로필렌 가격은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프로필렌 가격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지난 4월 톤당 1026달러로 연고점을 찍은 뒤 줄곧 약세가 지속, 지난 18일에는 595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평균 가격 톤당 1251달러에서 반토막난 것으로, 2010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프로필렌 시황이 공급 과잉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중국의 프로필렌 생산까지 늘고 있어, 수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