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도 조사 착수…자동차 판 '리보조작' 사태 우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미국 배출가스 저감장치 눈속임 혐의로 대규모 리콜에 나선 폭스바겐 사태 파장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도요타를 제치고 4년 만에 세계 자동차 판매 매출 1위를 탈환하며 탄탄한 성장 흐름을 보이던 폭스바겐이 이번 논란으로 영업 차질 및 경영난이 불가피할 전망인 데다, 디젤 차량에 대한 조사가 유럽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어서 상당한 후폭풍과 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이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리콜 명령을 받아들이고 사과성명을 발표한 뒤 21일(현지시각) 폭스바겐 주가는 20% 가까이 고꾸라졌다.
독일증시에서 폭스바겐 주가는 전날보다 18.6% 하락한 132.2유로에 마감되며 3년여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룻밤 새 줄어든 시가총액은 130억유로(약 17조1528억원)가 넘으며 폭스바겐의 연초 대비 낙폭은 25.01%로 확대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인정한 폭스바겐은 최대 180억달러(약 21조2346억원) 수준의 벌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집단 소송이 제기될 우려도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라는 폭스바겐의 명성은 물론 디젤차량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 내 폭스바겐 입지 강화를 노리던 빈터콘 회장의 리더십도 위기를 맞게 됐다.
에버코어ISI 애널리스트 안트 엘링허스트는 "오는 금요일 빈터콘의 재계약과 관련한 감사회의 표결이 예정돼 있어 이번 사태가 투표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번 문제는 우연한 실수가 아닌 고의적인 눈속임이었다고 지적하며 빈터콘 회장은 업계 선두주자라는 업체가 어떻게 이러한 제품 설계 결함을 모르고 지나갔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폭스바겐의 현재 신용등급을 'A'로 제시하고 있는데 배출가스 눈속임 논란이 점차 확산되면 등급이 강등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출처=thetruthaboutcars.com> |
◆ 유럽 자동차업계 '후폭풍' 우려
이번 배출가스 논란은 폭스바겐을 넘어 유럽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서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이나 아시아 자동차 업체들보다 훨씬 높은 디젤차량 판매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폭스바겐 리콜 사태로 독일 정부는 즉각 폭스바겐을 포함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정보 조작 관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시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이번 사태가 "자동차 업계 전반에 악재"라고 우려했다.
BNP파리바 애널리스트 스튜어트 피어슨은 배기가스 조작 업체가 폭스바겐 한 곳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배기가스 배출 조작은 자동차업계 버전 '리보금리 사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태 확산 우려에 다임러, BMW, 르노, PSA푸조시트로엥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도 모두 내리막을 연출했다.
폭스바겐 10대주주 중 한 명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가 자동차 산업 전반의 문제는 아닌지, 다른 업체들도 조작 혐의에 연루될 지 여부 등을 지켜봐야 한다"며 다양한 관할 지역에서 소송이 잇따를 수 있어 폭스바겐에 막대한 비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미국 환경청은 법규를 위반한 차량에 대해 대당 최대 3만7500달러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보더라도 폭스바겐이 낼 수 있는 벌금의 규모는 18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최종적인 벌금이 부과될 때는 이런 한도에 비해 작은 규모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 부담이 더 클 수도 있다. 폭스바겐의 브랜드가치와 신뢰 손상에 따른 무형의 비용은 측정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