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부터 기업 대출까지 정책 반응 미미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가 실물경기 부양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사실상 실패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한편 중국 역시 증시 부양책으로 금융시장을 호령하겠다고 나섰다가 쓴 맛을 보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유로화 동전[출처=AP/뉴시스] |
이는 그리스의 디폴트 리스크가 유로존 금융시장으로 일파만파 충격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에 든든한 방어벽이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업계 이코노미스트 사이에 유로존 경제가 ECB의 부양책만으로 풀어낼 수 없는 영역으로 치닫고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고용과 환율, 민간 부문 대출 등 각종 지표를 통해 ECB의 부양책이 실물경기를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달리 ECB는 양적완화(QE)를 통한 실업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경제 펀더멘털을 측정하는 주요 잣대인 실업률이 여전히 두 자릿수에 머물면서 정책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뿐만 아니라 자산 매입으로 시장 금리가 하락했지만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내수 경기 역시 부양책의 힘이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크게 진정된 것이 사실이지만 8월 기준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0.2%에 불과, 정책자들의 목표치인 2.0%와 커다란 괴리를 형성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저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월 600억유로의 QE를 종료 시한인 2016년 9월 이후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ECB는 자산 매입 규정을 완화, QE 연장이 필요한 경우 채권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단행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QE 연장이 실물경제 부양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7월 유로존 기업 여신은 4조3100억유로를 기록해 2009년 1월에 비해 12% 줄어들었다. 유럽의 경우 미국과 달리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자본시장보다 은행권 대출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수치는 경제 펀더멘털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유동성 순환보다 기업들의 경기신뢰 저하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통화정책의 영향력 바깥에 놓인 문제에 해당한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조나단 로이네스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QE를 연장할 경우 유로존 통화정책이 연준과 반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금융시장에 던지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유로화 추가 약세를 유도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유로존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상승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정책자들의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QE 연장은 실제 부양 효과를 겨냥한 것이기보다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측면에서 이뤄질 여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캐나다의 국제거버넌스혁신센터(CIGI)의 도미니코 롬바르디 글로벌 경제 프로그램 이사는 “ECB가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린다 하더라도 실물경기에 대한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다만 인프라를 포함해 유럽에서 실질적인 투자 활동을 벌이는 기관들로부터 채권을 매입할 경우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