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당거래'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
<부당거래>
- 2010
- 감독 류승완
- 출연 황정민, 유해진, 류승범
한 여자 아이가 잔인하게 살해되어 유기된 채 발견되고 국민들은 충격에 빠지게 된다. 경찰들은 유력한 연쇄 살인 용의자를 좇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용의자가 경찰 총에 의해 죽게된다. 대통령까지 개입한 상황에서 경찰청은 궁지에 몰리자 결국 악수(惡手)를 두게 된다. 범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성과를 내야만 한다! 그들은 그들의 손발이 되어줄 최철기반장(최반장)을 지목한다.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는 이 사건만 해결하면 승진을 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히 승진의 고배를 맛봐야 했던 그에게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사건 해결에 문제가 생기면 백이나 줄도 없어 가지치기 쉽다는 이유로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한강에서 뺨 맞고 부하 직원에게 화풀이하기
최반장은 해동건설 장석구(유해진)의 비리를 조사한다. 실은 최반장은 장석구의 후원을 받고 있었고 형식적으로 그를 조사하는 척만 하는 것이다. 이를 아는 장석구는 최철기(최반장)에게 너스레를 떨며 하소연하지만 최반장은 장석구의 뺨을 비틀며 그를 조롱한다. 마치 ‘니가 누구 덕에 이렇게 돈을 벌게 된 것인지 잘 기억하라’는 듯한 그의 눈빛에 철구는 비위가 상한다. 최반장이 떠나고 장석구는 최반장에게 당한 수모를 자신의 부하직원의 뺨을 갈기는 것으로 분노를 갈음한다. '한강에서 뺨맞고 종로에서 눈흘기기'는 일종의 전치라는 방어기제이다. 자신을 공격한 대상이 강할 경우에 그 대상에게 향해야 할 분노는 엉뚱하게 자신보다 힘이 없는 대상에게 향하게 된다. 분노는 분노를 낳고, 그 분노는 결과적으로 부메랑이 되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장석구는 당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후 장석구는 자신이 뺨을 때린 부하직원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 사회가 왜 분노하는 사회가 되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약육강식의 논리에서약자는 늘 당하고만 살아야하는 구조, 강자가 약자를, 약자가 더 약자를 갑이 을을, 을과 을이 서로를 억압하고 괴롭히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면 분노가 쌓이게 되고 그 분노는 방향을 잃고 무자비하게 발산될 수 있다.
최반장은 용의자로 보이는 이동석을 찾아내고 그는 돈에 매수되어 자신이 범인임을 자백한다. 그러나 뜻밖에 그의 자살은 사건을 미궁으로 빠뜨린다. 사익에 눈멀어 돈 많은 사업가의 뒤를 봐주는 검사(류승범)와 최반장은 서로의 약점을 가지고 서로를 견제하려 하지만, 이로 인해 사건은 점점 더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우리 사회의 정의는 사라진 것인가, 원래 존재 하지 않았던 것일까…
검찰과 경찰은 자신의 부와 권력을 위해 결탁하고, 힘없는 사람들 위에서 군림한다. 영화 속에 경찰과 검찰은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런 모습들이 과하게 느껴지면서도 '실제 존재하면 어떻하지?'하는 걱정이 앞섰다. 영화에서 검사(류승범)은 "우리가 계속해서 받아주면 저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권리인줄 착각하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영화가 과장 되었다하더라도 부정부패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면 감독 류승완이 영화를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부패한 권력에 대한 일침일 것이다. '적당히들 하시라…'
한번 손에 묻힌 피를 씻어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법이다. 최반장은 장석구를 죽이고 그와 결별을 하지만, 자신을 따라온 후배로 인해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또 다시 살인을 하고 그의 손이 핏빛이 된다. 자신 때문에 죽어간 후배를 생각하며 뒤늦게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만, 그의 범죄 사실을 알게 된 부하경찰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된다.
박소진 한국인지행동심리학회장(′영화 속 심리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