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11일 전체 실무회의서 박 회장 제시가 조율.."2주 내 수용 여부 결정"
[뉴스핌=정경환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그룹 재건의 꿈이 팔부능선을 오르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 가격을 최종 제시, 이제 채권단의 수용 여부 결정만 남았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이날 오후 3시 실무회의를 갖고 박삼구 회장의 인수 제시가격에 대해 논의한다.
산은 관계자는 "55개 채권금융기관 전체가 모여 얘기할 예정"이라며 "다만, 오늘 회의가 박삼구 회장의 제시가격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박삼구 회장은 지난 9일 채권단에 금호산업 인수 희망가격으로 7047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채권단이 지난 3일 우선매수권자인 박 회장에게, 제시할 수 있는 최대 가격을 제출하라고 최후통첩을 한 데 따른 것으로, 인수 대상 지분이 50%+1주(약 1753만주)인 것을 감안하면, 주당 4만179원 수준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이와 관련 "기존 제시가인 주당 3만7564원도 금호산업 기업가치 대비 145% 높은 금액"이라며 "하지만, 채권단의 연내 매각 종결 요구를 수용하고, 금호산업의 기업가치 제고 및 매각 지연에 따른 유무형 손실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당 4만179원을 인수가격으로 제시하는 용단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박삼구 회장이 인수가격을 제시함에 따라, 이제 금호산업 매각의 공은 채권단에게 넘어왔다. 이날 채권단은 전체회의를 열고 박삼구 회장 제시 가격 수용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조율이 될 경우 안건 부의까지 끝낸다는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의견만 잘 조율되면 안건 부의할 계획"이라며 "이후 각 채권금융기관마다 그에 대한 결정을 서면으로 제출하게 되는데, 대략 1~2주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75%(의결권 기준)가 매각가격에 찬성하면 매각이 진행된다. 부결될 경우에는 제3자 매각에 나서게 된다.
박삼구 회장이 제시한 7047억원을 놓고 현재 채권단 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기존 제시가 6503억원보다 544억원 더 쓰며 성의(?)를 보였지만, 채권단 제시 가격인 7935억원에는 888억원이 모자라는 것이 큰 이유다.
산은 관계자는 "55개나 되는 각 채권금융기관의 입장이 너무 다르다"며 "생각이나 이해관계가 다 달라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연내 매각을 원하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제시가격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일단은 커 보인다. 연내 매각을 위해서는 이달 말까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면서도 "연내 매각이 되려면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키로 결정해야 하는데,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5월 4150억원을 들여 그룹 모태기업인 금호고속을 인수하는 데 성공하며 그룹 재건의 첫 단추를 뀄다. 이제 금호산업 인수를 마무리하고, 향후 금호타이어까지 찾아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너진 그룹을 다시 세우게 된다.
박삼구 회장은 "그동안 금호산업 인수와 관련해 채권단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금호산업 인수 이후 여생을 그룹의 재건과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