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PimTalk]′은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취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문제점 등을 보다 알기 쉽게 이야기 하듯 전하는 취재 뒷얘기입니다.
[뉴스핌=윤지혜 기자] 금호산업의 최대 주주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매각협상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은 "최소 9000억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며 매각가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다 지난주 돌연 "협상에서 빠지겠다"고 밝혀 시장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일부 채권은행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주장하던 미래에셋이 갑자기 왜 입장을 바꾼 것일까요?
사실 미래에셋의 이런 '말 바꾸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5월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이 유찰되자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우선매수권자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수의계약을 진행키로 하면서 최대 단일주주인 미래에셋이 가격협상에 나서는데 뜻을 모았습니다.
당시 52곳에 달하는 금호산업 채권금융기관에 배포된 ′산업은행 및 미래에셋 공동 세부 실무절차 진행′에 따르면 "기업가치 평가 및 계열주와의 협상을 위한 세부 실무절차에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이 참여해 행사가격의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을 확보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가격협상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할 일"이라며 공식 부인했습니다.
금호산업에 대한 미래에셋의 의결권은 15%로 최대 채권자기 때문에 주요 결정 시 미래에셋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말입니다. 미래에셋은 앞으로 채권단의 일원으로서 역할만 할 뿐 어떠한 주도권도 쥐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7월, 외부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금호산업 기업가치가 6000억원 수준으로 산정되자마자 미래에셋은 본격 가격 띄우기에 나섭니다.
미래에셋은 과거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였던 2010년 금호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개시하면서 주당 6만원에 금호산업 주식으로 출자전환했기 때문에 그 이하로는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채권은행의 반대로 내부에서 조율되지 않았지만, 채권단은 결국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의 주장에 따라 주당 5만9000원, 즉 1조213억원을 우선매수행사가격으로 제시하게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주 금요일, 미래에셋은 협상단에서 빠지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관련 업계는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 측에 제시한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미래에셋이 부담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만일 금호산업 매각이 무산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미래에셋이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운용사라는 미래에셋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펀드를 운용하는 금융회사기 때문에 혹여 금호산업 매각에 문제가 생겼을 때 펀드 투자자들로부터 손실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 측에 통보하기 전 가격을 산정할 때에는 미래에셋은 오히려 투자자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언급하며 높은 가격을 요구했습니다.
미래에셋의 논리에 따르면 결국 최대주주라는 역할은 가격 산정 시에는 유리하게, 가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시에는 불리하게 바꿀 수 있는 편리한 이름인 셈입니다.
금호산업 매각 관련자들은 미래에셋의 오락가락 행보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공식 입장을 번복한 것도 모자라 미래에셋 내부에서도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의견입니다.
기업의 인수합병(M&A)에는 마땅한 책임과 리스크가 따르는 것이 불가피한데 미래에셋은 최대주주라는 이름을 달고도 아직 이 점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최근 행보로 손실을 떠안고 싶지 않아 가격을 높게 부르고, 매각책임을 지기 싫어서 협상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나쁜 이미지만 가져가게 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 인수·합병 시장에서 최대어로 평가받는 금호산업 매각 작업이 벌써 8개월째 접어들었습니다. 미래에셋이 금호산업에 투자해 매각을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투자자들도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수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엉켜있는 실타래를 푸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파는 사람, 사는 사람 어느 쪽이든 일관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