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채권단, 박 회장 제시가격으로 전체회의 부의 예정
[뉴스핌=정경환 윤지혜 기자] 금호산업 매각의 공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로 넘어갔다.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에게 인수 최종 가격을 제시하라고 최후통첩, 이제 박 회장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 3일 우선매수권자인 박 회장에게, 제시할 수 있는 최대 가격을 제출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제출 시한은 따로 안 정했지만, 연내 매각이 가능한 시점까지 답변을 달라고 전달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연내 매각을 고려하면, 이달 중으로 (답변이) 오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박 회장은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의 가격 제시 시점은 이르면 다음 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이 가격을 제시하면, 채권단은 박 회장과 더 이상의 가격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박 회장이 제시한 최종 가격을 전체회의에 부의할 방침이다. 전체회의에서 의결권 기준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해야 가결된다. 부결될 시에는 제3자 공개매각에 돌입한다.
이날 채권단이 협상 방침을 접고 최후통첩을 함에 따라, 박삼구 회장의 셈법은 다소 복잡해 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개 협상에서는 값을 먼저 제시하는 쪽이 불리한 경우가 많다"며 "박삼구 회장으로선 당혹스러울 수 있다"고 전했다.
채권단 관계자도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성사 가능성, 자금 여력 등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접점을 찾아야 할테니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고민이 되는 건 채권단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박 회장 측에 따로 가격 범위를 주진 않았지만, 기존 제시가인 7935억원보단 낮아도 7000억원 이하로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인수 의지가 확실하다는 것 외에 달리 말할 게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금호산업 매각에 있어서 채권단의 입장에 다소 변화가 생긴 게 아닌지도 관심이다. 그간 줄곧 박 회장에게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준 채권단이 어찌보면 과감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수세적이었단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8000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이번 최후통첩은) 그런 불확실성을 감안해 오히려 양보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대에 걸맞게 가격을 쓰라는 것이지, 스탠스가 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 의향을 내비친 것과 맞물려, 채권단이 다소 여유가 생긴 게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우리한테 인수 의사를 밝힌 것도 아니고, (금호석유화학과는) 전혀 상관없다"면서 "연내 매각을 끝내려고 마음을 먹다 보니 빨리 결정을 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