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매물폭탄에 상장 직후 수준 하락
[뉴스핌=백현지 기자] #. 제일모직을 펀드 내 4%가량 편입한 A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최근 제일모직 하락세에 당황하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벤트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15만원선이 무너질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다. 이 매니저는 "현재 펀드내 편입가격보다 아래로 내려섰다"고 토로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할 것으로 기대되는 제일모직이 최근 하락세다. 지난해 말 공모 시장 최대어로 화려하게 코스피에 입성한 제일모직은 최근 기관 매도폭탄에 상장 초 수준까지 내려섰다. 시장에선 싸게 살만한 매수타이밍이 됐다는 전망과 여전히 상승모멘텀이 부재하다는 평가가 팽팽하게 맞선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일모직의 주가(전날 종가기준)는 지난 6월 초 대비 3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 10.7% 대비 내림폭이 컸다. 다만 금일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9.7% 오른 14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오랜만에 맛본 급등이다.
제일모직의 최근 하락은 기관이 주도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결정된 주주총회 이전부터 기관 매도 폭탄이 쏟아져 2개월여 기관의 순매도 물량은 300만주에 육박한다.
공모가가 5만3000원에 불과한 제일모직이 지난해 12월 상장 당일 종가 기준으로 11만3000원까지 올랐으며 상장 다음날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상장 후 일주일 새 13만원 선을 훌쩍 넘어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 7월 이후 리포트를 발간한 증권사들은 제일모직 목표가를 모두 21만5000~30만원 선으로 제시했다. 하이투자증권과 현대증권, HMC투자증권이 제일모직 목표가를 30만원으로 교보증권은 28만원으로 제시했다.
물론 이 목표가는 삼성그룹의 지주사로서 가치와 합병 후 신수종 사업인 글로벌 바이오사업에 대한 가치가 포함된 가격이다. 제2의 삼성전자로 도약하기 위해 자회사와의 시너지, 신성장동력 사업 본격화 등이 시장 예상치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낙폭을 감안하면 다음달 1일 합병, 15일 합병신주 상장을 앞두고 지금이 저가 매수 타이밍이란 전망도 흘러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단기적인 수급요인으로 (주가가)빠졌는데 합병 이후로 수급요인이 사라지고 지주사로서 역할이 반영되면 오를수 있다"며 "오는 1일 합병 예정으로 향후 6개월을 보고 목표가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모직에 지금 투자할 경우 최소 3년 이상 장기투자하라는 조언도 꾸준히 있어왔다. 다만 올해는 합병이벤트가 종료되면서 주가 상승을 견인할 만한 이슈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게다가 뉴삼성물산 재상장을 앞두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물량 등의 오버행이슈도 부담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결정 이전에 제일모직을 정리한 한 펀드매니저는 "이벤트가 종료되면 자연스럽게 주가가 기업가치에 수렴하기 마련인데 올해는 추가적으로 주가를 부양시킬만한 이슈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와 글로벌 복합테마파크 기대감이 온전히 회사가치가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다 합병 재상장 직후 수급부담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