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경기 부양 신뢰 깨졌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금융시장이 말 그대로 ‘패닉’을 연출하고 있다. 전세계 주식시장이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하는 한편 홍콩부터 유럽까지 주요 증시가 공식적인 베어마켓에 속속 진입하는 상황이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CBOE 변동성 지수)가 한 주간 무려 87% 폭등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출처=AP/뉴시스] |
투자등급 회사채를 필두로 한 신용시장의 불안정이 투자 심리를 더욱 냉각시키면서 위험자산의 도미노 하락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의 8월 제조업 지표가 6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글로벌 성장 둔화와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이 경계감을 더욱 자극했다.
일부에서는 2013년의 ‘테이퍼 발작’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인상 기대감이 크게 꺾였지만 여전히 연내 긴축 가능성이 열려 있고, 이는 이머징마켓의 자금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글로벌 경제 전반의 성장 부진 및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맞물리는 딜레마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의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따로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글로벌 자산시장의 마지막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것. 문제의 버블은 특정 자산이 아닌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라는 주장이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문제가 본격화된 점이나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양적완화(QE)와 제로금리 등 이른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실물경제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총 1조1000억유로 규모의 QE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실질적인 부양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투자자들이 매도 심리를 자극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것.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 경제 지표 악화를 확인한 중국 정부가 부양책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기대가 번지고 있지만 주식시장의 방향을 돌려놓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펜션 파트너스의 마이클 가이드 최고투자전략가는 21일(현지시각) 마켓워치의 칼럼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투자자들은 연준이 버팀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속에 주식을 매입했다”며 “이번 글로벌 증시의 폭락은 중앙은행 정책자들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촉발됐고, 마지막 남은 버블이 터진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투자자들이 자산시장에 대해 판단했던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헨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폴 오코너 펀드매니저는 “자산시장 전반에 걸친 매도 공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번 폭락장은 투자자들에게 매수 기회를 제공하기보다 투자 심리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20일 기준 최근 한 주 사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83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