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늦었다' 중국 부양책에 발목 잡혀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채권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연준 정책자들이 이미 통화정책 정상화를 본격 단행할 시기를 놓쳤고, 중국이 미국의 긴축에 앞서 공격적인 부양책에 나선 데 따라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준 셈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출처=신화/뉴시스] |
투자등급 회사채 ‘팔자’가 날로 늘어나는 한편 장기물 국채 매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국제 유가 급락에 따른 디폴트 상승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은 신용 손실을 헤지하는 데 잰걸음을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연준 회의 의사록 발표 이후 9월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더욱 크게 꺾였다. 20일(현지시각)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국채 선물시장이 예상하는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하루 사이 45%에서 24%로 급감했다.
투자자들이 점치는 10월 인상 가능성 역시 약 50%에서 32%로 떨어졌고, 12월 전망도 73%에서 59%로 하락했다.
긴축 시기를 놓고 정책자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된 데다 국제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추세적인 하락이 인플레이션을 압박, 연준의 금리인상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투자자들 사이에 연준이 이미 금리인상 시기를 놓쳤고, 아울러 채권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통제력 역시 잃었다는 의견이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 신뢰가 흔들리면서 신용시장의 혼란이 더욱 증폭,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FTN 파이낸셜의 짐 보글 채권 전략가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준이 추세를 주도해 나갈 것을 절박하게 원하고 있지만 이른바 ‘세계 중앙은행’이 랭킹 2위로 밀려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긴축을 늦추다 중국 인민은행의 부양책에 연준의 손발이 묶이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정책 금리는 여전히 제로 수준이고,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단행한다 하더라도 사상 최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장기화됐다는 얘기다.
웰스 파고의 리처드 고든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너무 오래 보류하고 있고, 그 사이 중국이 선수를 친 상황”이라며 “이제 연준이 언제 금리를 올리든 치명적인 정책 실수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정크본드의 스프레드가 여노 이후 0.64%포인트 상승, 최근 5.68%포인트까지 올랐다. 에너지 섹터의 투기등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9.64%포인트까지 치솟으며 2009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