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철강, 미국 종이. 터키 금 '알짜'
[뉴스핌=김성수 기자] 국제 원자재 가격이 추락하고 있지만, 이 같은 원자재 관련 종목 중에도 '숨은 진주'는 있기 마련이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AB)은 원자재 가격 변동에도 수익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러시아 철강기업들이 그 예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철강종합지수(Russian Steel Composite Index)는 올해 3월부터 계속 MSCI 신흥시장지수(MSCI Emerging Market)와 MSCI ACWI 원자재생산자지수(MSCI ACWI Commodity Producers Index)를 아웃퍼폼했으며, 러시아 주가지수도 뛰어넘었다.
러시아 철강 종합지수가 올해 3월부터 MSCI 신흥시장 지수와 MSCI ACWI 원자재 생산지수를 아웃퍼폼했다. <출처=알리안스 번스타인> |
러시아는 지난 수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싼 값에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다. 우선 러시아 철강 기업들은 대규모 설비를 갖추고 있어 노동비용이 적게 들고, 저가의 원자재에 대해서는 후방 통합도 가능하다.
러시아 철강기업들은 지난 2004~2007년간 초과 이윤을 누리면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해외의 값싼 자산을 사들였다. 기업 스스로가 이들 자산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풍파도 있었다. 3년 전 러시아 철강업체들이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었던 데다, 글로벌 철강시장이 악화되면서 해외 생산시설에 적자가 발생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위기로 러시아 경제성장도 위축되면서 철강 수요와 채권 시장도 악화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당시 투자자들이 러시아 철강 분야에서 급히 자금을 회수해간 것이 다소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루블화가 가파른 약세를 보인 덕에 러시아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주효했다.
글로벌 철강가격(좌)과 러시아 철강기업들의 EBITDA 마진율 <출처=알리안스 번스타인> |
글로벌 철강 가격이 하락했는데도 MMK와 NLMK, 세버스탈의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이 꾸준히 상승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철강 가격은 지난해 10월에 톤당 650달러에서 올해 7월에 470달러 선으로 38% 하락했으나, MMK와 NLMK, 세버스탈의 EBITDA 마진율은 지난해 3분기 23.9%에서 올해 2분기 29.9%로 상승했다.
또한 러시아 철강기업 지배주주들은 수익성이 저조한 해외사업을 처분하고 러시아에 있는 신규 설비 투자도 대대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부채는 줄어들고 배당은 증가하는 등 주주친화적인 자본구조로 변해갔다. 지난해 중순 러시아 철강기업들이 설비투자 축소와 자산 매각을 실시한 결과 잉여현금흐름도 증가했다.
미국 종이 제조업체인 사피(Sappi)도 원자재 부문의 숨은 알짜기업으로 볼 수 있다고 알리안스 번스타인은 진단했다.
전자통신제품이 보급되면서 사피에 대한 종이 수요가 급격하게 추락했지만, 사피는 이후 섬유 제조에 필요한 특수 펄프 사업분야에 특화하면서 오히려 강점을 갖게 됐다.
터키 금 채굴업체 코자 알틴(Koza Altin)도 혁신적인 생산공법을 통해 업계 트렌드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코자 알틴은 올 들어 주가가 무려 63.78%나 올랐다.
이처럼 원자재 급락 때문에 관련주 투자를 무조건 피할 것이 아니라 숨겨진 알짜 기업을 적극적으로 캐낸다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알리안스 번스타인은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