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상 한도보유...부도· 출구전략 등 위험수위 높아져
[편집자] 이 기사는 8월 18일 오후 3시50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했습니다.
[뉴스핌=박민선 기자] KB자산운용이 골프존의 주식을 꾹꾹 눌러 담고 있다. 골프존 주식을 처음 매수하기 시작한지 2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더 사고 싶은' 종목 1순위다. 그 사이 KB운용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존 지분율은 20%도 넘어섰다.
자산운용업계에서 한 자산운용사가 특정 종목의 지분율을 10% 이상까지 늘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대형주 중심 주식형펀드의 경우 한때 포트폴리오내 삼성전자의 비중이 10% 안팎을 차지하면서 가장 많이 담는 종목에 해당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비중이 감소하고 펀드별 포트폴리오가 분산됨에 따라 한 자산운용사가 특정 종목에 대해 10% 이상의 지분을 담는 현상은 보기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운용은 골프존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이며 틈나는대로 주식을 긁어모으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지나친 편입 비중 확대로 추후 출구전략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등에 대해 우려를 보이기도 한다.
◆ 무학은 팔아도 골프존은 더 산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꾸준히 골프존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4월 기준 20.63%(129만8244주)였던 보유 지분율은 7월말 현재 28.17%(176만8080주)로 불어났다. 4개월에 걸쳐 47만주 가량을 추가 매수한 것이다.
실제 골프존을 담고 있는 공모형 펀드로는 KB운용의 펀드들이 유일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골프존에 투자하고 있는 펀드 가운데 'KB퇴직연금 배당40펀드(채권혼합)C'는 20만4200주 가량을 담아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 중이며 'KB밸류포커스펀드C4'와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C' 등에도 모두 15만주 이상씩 담겨 있다.
KB운용이 주목하고 있는 또다른 종목들인 무학이나 한솔케미칼 등의 경우 최근 비중 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골프존은 여전히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같은 '골프존 사랑'은 최웅필 KB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의 판단에 따른 것. 사실 그는 "골프존 주식을 더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중이다. 자본시장법 81조에 따르면 각 집합투자업자가 운용하는 전체 집합 투자기구 자산 총액으로 동일법인 등이 발행한 지분증권 총수의 20% 이상을 동일 종목에 투자할 수 없게 돼 있다. 즉, 이같은 규정이 아니라면 20% 이상도 담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 상무는 "골프존의 스크린골프 연간 라운딩이 5000만회 가량 된다"며 "한 라운드당 네트워크 서비스 비용으로 골프존이 2000원씩 가져가는데 이것만 하더라도 연간 1000억원의 현금이 앉아서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불어난 몸집, 숨어 있는 리스크는?
한편 이처럼 특정 종목에 대한 지분율 확대는 중소형주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이자 KB운용 펀드 라인의 특이성에 따른 특징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A 펀드 매니저는 "KB운용의 대표 펀드들이 배당주, 가치주, 중소형주 등에 주력하고 있는데 골프존은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교집합'에 해당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형주 펀드의 몸집이 커지면서 운용사들의 지분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펀드 매니저가 해당 종목에 대해 얼만큼 확신하느냐가 지분율로 그대로 표출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종목에 대한 보유 지분율이 높다는 것은 다양한 측면에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 펀드 매니저는 "특정 종목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것은 이에 대한 확신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객관적으로 리스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예상할 수 없는 돌발 악재가 발생할 경우 일부가 아닌 운용 중인 전체 펀드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C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이런 경우 부도 리스크가 적고 실적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전제일 것"이라면서 "현재 골프존이 스크린골프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경쟁사의 등장이나 지속 가능한 성장성 유지 등에 대해 얼마나 확신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스크린골프사업에서 골프존의 점유율은 압도적이지만 지난해 중소기업들의 상생방안으로 신규 출점을 더이상 하지 않는 것으로 선언한 만큼 향후 성장성 창출은 기계 낙후에 따른 교체 수요, 해외 사업 확장 등에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해외 사업에서의 성장 및 성공 가능성은 홍콩 시장 정도를 노려볼 수 있는 정도이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