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적자에 BBB-로 강등...실적 따른 등급 차별화 진행
[편집자] 이 기사는 8월 18일 오후 2시 10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스핌=김남현 기자] 뜨거웠던 올 여름 마지막 열기를 뿜어낼 것으로 예상했던 이번주 회사채 발행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조짐이다. 이번주 그 문을 열 것으로 기대했던 대한항공 회사채 수요예측이 신용등급 강등을 이유로 최소한 다음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회사채시장에서도 주식시장과 같이 개별 기업실적에 관심을 돌리며 차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주 9건 정도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몰려있는 가운데 비교적 안전하다는 A등급 회사채 대한항공이 B등급대로 떨어지는 모습을 목전에서 봤기 때문이다.
◆ 대한항공, 당기순손실 등 이유로 BBB+로 강등
18일 크레딧 채권시장에 따르면 오늘(18일)로 예정됐던 대한항공 회사채 3년물 2000억원어치 수요예측이 전일(17일) 부랴부랴 연기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신용등급 하락 변수에 따라 수요예측일을 다시 잡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대한항공 회사채 수요예측을 하루앞둔 전날(17일) 나이스(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대한항공 신용등급을 기존 A- 부정적(Negative)에서 BBB+ 안정적(Stable)으로 강등시켰다. 이들 신평사들은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대규모 당기순손실과 과중한 재무부담, 경쟁심화에 따른 시장지배력 약화 등을 꼽았다.
나이스신평은 “단계적인 규제완화 등 영향으로 국제선 부문의 수송점유율이 하락 추이를 보이고 있고 항공기 및 레저 관련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중장기 사업안정성이 떨어지고 재무적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기평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가 본격화된 6월 외래 방한객수가 75만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1%나 급감하면서 영업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며 “대규모 항공기 도입과 호텔 레저 등 사업다각화 투자 등에 따른 과중한 재무부담, 후발주자들의 시장진입에 따른 경쟁심화로 시장지배력과 수익창출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 12일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기존 A- 안정적으로 유지했던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용건 한신평 파트장은 “이번 수요예측과 상관없이 대한항공의 평가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큰 변동사항이 없어 (대한항공 신용등급을) 유지키로 했다. 평가의견은 당시 보고서에 명시해놓은 그대로다”고 전했다. 한신평은 당시 보고서에서 국내 수위 항공사로서의 견고한 시장지위 및 경쟁력, 우호적 사업환경 지속과 유가하락에 따른 수익성 개선 등을 대한항공 신용등급 유지 이유로 꼽았었다.
대한항공의 이번 회사채 발행은 기존 발행 회사채에 대한 만기상환용이다. 앞선 관계자는 “올해 9월과 12월 만기도래 물량이 있어 이번에 발행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직전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 11월로 당시 1년6개월물 1500억원어치를 발행한 바 있다.
◆ 기업실적 관심 속 차별화 모드
이번주 예정된 수요예측기업은 18일 SK하이닉스(AA-등급)를 시작으로 19일 GS EPS(AA등급), 대한제당(A-등급), 휴비스(A-등급), OCI(A+등급), 20일 GS 리테일(AA등급), 동원산업(AA-등급), 풍산(A등급), 21일 이마트(AA+) 등이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 회사채 수요예측이 연기되면서 이번주 회사채 발행시장에서는 회사별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봤다. 다만 기업실적이 떨어지는 분위기속에서 종목별로 얼마만큼 차별화할지는 지켜볼 변수라고 꼽았다. 그만큼 수요예측이 어려울수 있다는 것이다.
김민정 KTB증권 크레딧채권 애널리스트는 “대기업이든 작은기업이든 실적우려가 크다. 대우조선 사태 이후 한달이 지난 지금 회사채시장에서도 주식처럼 기업실적이 중요해지는 것 같다. 실적대비 차입금을 나타내는 커버리지지표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진소라 유진증권 크레딧채권 애널리스트도 “양극화 심화가 이어질 것 같다”며 “향후 조달금리 상승을 우려한 기업들은 장기물 발행을 선호하는데 반해 투자자들은 기업의 향후 실적변동성 확대를 우려해 중단기구간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만만치 않은 점”이라고 전했다.
금리메리트보다는 등급 안정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임정민 NH투자증권 크레딧채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기업들의 등급하락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금리메리트보다는 등급하락 이슈에 관심이 크다”며 “최근 시중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대우조선 사태로 회사채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최근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진 GS EPS와 산업전망이 좋지 않은 유통기업 이마트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