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빚 갚기 어려운 상황 숨기고 금융권 대출·사채 못 갚아 '실형' 선고
[뉴스핌=한기진 기자] 상환하기 어려운 빚을 감추고 신용카드사나 대부업체 등 금융권에서 신용대출과 주변인에게 사채를 빌렸다가 결국 갚지 못하면, 실형을 살 수도 있다. 법원이 대출 상환이 어려운데도 빚을 내, 결국 갚지 못했다면 처음부터 돈을 가로채기 위한 ‘편취’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서다.
17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판사 황중연)은 피고인 이모 씨가 총 2억6182만원을 빌린 것이 처음부터 가로채기 위한 ‘편취’ 의도였다며 마 모 씨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 7월 이 씨에게 징역 1년4월형에 처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은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을 의도적으로 감추고 빚을 돌려막기 하다가 결국 파산선고 신청까지 한 것에 대해, 법원이 범죄 사실로 인정한 사례다.
사건을 자세히 보면, 피고인 이 씨는 원래 계를 운영하는 등 경제력을 갖췄지만, 계원이 도주해 곗돈을 메워주고 지인에게 빌려줬던 돈도 떼이는 등 생활이 궁핍해졌다. 그러다 2006년 9월 농협카드에서 50만원을 빌린 것을 시작해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등과 신용카드사에서 대출을 받아 생활하고 다시 대출 이자를 갚는 빚 돌려막기 생활을 했다.
이렇게 생긴 금융권 대출이 3000만원에 달해 더 이상 대출이 어려워지자 주변인들로부터 돈을 빌렸고 규모가 2억6000만원에 달하자, 결국 2014년 11월 창원지방법원에 파산선고 신청을 했다.
범죄사실은 주변인들로부터 빌리는 과정에서 카드론 등 금융권 부채를 숨기고 재력가 행세를 하며 “곗돈으로 납입할 돈이 부족하니 돈을 빌려주면 월 4푼 이자를 주고 곗돈을 타서 갚겠다”고 거짓말을 한 점이다. 이렇게 빌린 게 총 35회에 이른다.
피고인 이 씨는 소송에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편취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우선 피고인 이 씨가 채무를 갚지 못하는 분명한 상황에서 돈을 빌린 것은 처음부터 편취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피고인 이 씨가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신용카드사, 대부업체 등에 많은 채무가 있었고 원리금 상환과 생활비로 많은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재정상태가 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봤다.
그런데도 피해자들에게는 기존 부채나 열악한 재정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약정된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며 피해자들을 믿도록 했다. 더는 원리금 지급을 못 해 파산선고 신청을 통해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힌 것은 죄질이 나쁘다고 봤다.
법원은 “피고인이 열악한 재정상태를 설명하지 않고 원리금을 지급할 것처럼 보여 돈을 빌리고, 피해자의 나머지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한 것은 돈을 차용할 당시 편취의 의사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