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충격 막바지 단계" vs "충격 재발생 우려"
[뉴스핌=김양섭 고종민 기자] 중국 정부가 사흘 연속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를 단행하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환율 변동에 민감한 외국인들이 최근 빠른 속도로 한국주식을 팔고 있어 외인 움직임이 시장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 외국인 7일째 '매도'.."추가 환차손 우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7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틀째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를 단행했던 지난 12일에는 순매도 규모가 3000억원을 웃돌았다. 이날 역시 중국 정부는 추가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를 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장 초반부터 매도 포지션을 잡은 뒤 매도폭을 확대했다. 최근 7거래일동안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8000억원에 달한다.
조짐은 있었다. 외국인 자금 이동은 지난달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그리스 사태와 중국 증시 변동성 확대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던 7월 둘째 주(6~10일)에 외국인들은 1조1346억원을 팔았고 넷째 주(20~24일)에 다시 9740억원을 팔아치웠다. 이후 다소 주춤하는 듯 했지만 이번 주 들어 다시 자금이탈 속도가 높아진 것. 이번 주 4거래일(8월10~13일) 동안 외국인들은 6500억원을 던졌다.
외국인들이 자금 이탈을 멈추지 않는 것은 추가 환차손이 발생할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중국이 1차로 위안화를 절하했을 때만 해도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고, 추가 절하하더라도 점진적인 형태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을 뒤엎고 이틀 연속 위안화가 큰 폭으로 평가절하되자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 것이다. 외국인들은 자금 이탈 속도를 높였고,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은 전날 장중 5% 넘게 빠지기도 했다.
◆ "환율 충격 막바지" vs "변동성 우려 여전"
과거 통계를 보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경우 대체로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증가했다.
KB투자증권이 최근 10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거 원/달러 환율이 20원 오를 때 외국인은 1주간 평균 5000억원 이상 매도했다. 매도 규모는 환율변동폭 증가에 따라 점점 커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환율 상승이 지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김민규 K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은 주가와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면서 "특히 원달러 환율 급변기에는 역으로 동행하는 성질이 더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날 벌어진 상황과 비슷하다. 위안화 평가 절하 조치에 원달러 환율이 급변했고, 외국인은 매도 물량을 급하게 쏟아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사흘째 조치를 취한 이날은 오히려 시장이 '잠잠(?)'하다. 원달러 환율은 떨어졌고, 코스피는 보합 수준에서 등락했다. 코스닥은 뚜렷한 강세 흐름을 보였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글로벌 강달러 압력이 약화된 가운데 국제유가 반등·뉴욕증시 추가 하락 제한 등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완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으로는 환차손 등에 대한 우려가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향후 이 같은 우려는 진정될 것"이라면서 "이미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에 근접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들의 태도 변화도 기대해 볼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A 펀드매니저는 "이제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가) 막바지 단계라는 인식이 시장에 반영된 것, 또는 중국 정부 조치가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의 범위로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불안감은 잔존한다. B 펀드매니저는 "다음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과 맞물리면서 외국인들은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는 추세였는데,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처럼 갑자기 충격을 주는 조치가 나오면 외국인 이탈 가속화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고종민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