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정부 승인 받으려면 어쩔 수 없어"…미래 기대수익 대부분 포기
[뉴스핌=한태희 기자] "외국 제약사와 손잡으면 해외에서 신약 및 약품 판매 승인을 받기가 쉬워진다. 외국 제약사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독자적으로 진행할 때보다 수익이 줄겠지만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미약품 관계자)
내수시장보다 약 67배 큰 해외 제약시장을 잡기 위해 국내 제약사가 고군분투 중이다. 외국 정부 승인을 받는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다. 뿐만 아니라 승인을 받는다해도 해외에서 판로를 개척하기도 녹록치 않다.
이에 국내 제약사는 이익을 나눠야 하는 것을 감수하고 외국사와 손을 잡고 있다. 외국사와 협업해야 승인 절차를 지금보다 쉽게 통과할 수 있어서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는 다국적 제약사와 기술 수출 계약을 맺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내성표적 항암신약(HM61713)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판매하는 기술 계약을 맺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엔 일라이릴리와 면역질환치료제(HM71224)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만 각각 8500억원, 7800억원에 달한다. 일양약품 등도 지난해 외국사와 기술 및 제품을 공급하는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 과정서 제약사는 상업화 등의 권리를 일부 포기했다. 한미약품과 계약한 베링거인겔하임은 한국과 중국, 홍콩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폐암 치료제를 팔 수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베링거인겔하임과 제품 출시 이후 두 자릿 수 퍼센트의 판매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기준 해외 제약시장 규모는 약 1000조원. 이중 북미지역과 유럽, 일본이 70%를 차지한다. 나머지 30%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호주가 나눠 갖는 구조다.
자료:2013년 의약품산업분석 보고서 |
한미약품은 미래 기대 수익 일부를 포기하고 계약을 맺은 셈이다. 국내 제약사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독자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가 어려워서다. 유통망도 갖춰져 있지 않을 뿐더러 해외 정부의 판매 승인을 받기도 어렵다.
약품은 일반 상품과 달리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나 유럽의약품감독국(EMA) 허가가 나지 않으면 해당 지역에서 제품을 팔 수가 없다. 반면 글로벌 제약사는 이 과정을 통과하기가 수월하다. 그동안 쌓아온 경력 등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일반 제조품과 달리 약품을 팔려면 국내든 해외든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승인이 언제 날지 예상하기가 어렵다"며 "글로벌 제약사와 손잡으면 승인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