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민선 기자] 중국을 향해 전력질주하던 삼성증권호가 급브레이크를 밟고 뱃머리를 틀었다. 잔잔하던 바다에 불어닥친 파도가 쉽게 가라앉지 않자 선장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고객들에게 '전원 하선' 명령을 내렸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번에는 다르다"며 "믿어도 된다"더니 알고보니 "여기가 아니다"였단다. 다른 배로 갈아타시란다. 분노와 좌절감은 고스란히 고객의 몫이다.
중국 증시가 6월 고점을 찍은 이후 깊은 조정의 '바다'를 건너고 있다. 온통 장밋빛 전망으로 뒤덮였던 중국을 향한 '예찬론'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냥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후강퉁 시장 점유율 60%, 후강퉁 관련 자산 1조원 돌파, 해외 주식 중개수수료 25배 성장을 자랑하던 삼성증권은 그동안 뱉었던 말을 주워담고 싶을 게다. 휘청대는 중국 증시에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삼성증권은 "4월 22일 이후로 고객들에게 비중축소를 권고해왔다"며 4월보다 목소리를 더 높여내며 자기방어에 나서고 있다.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지난 28일을 기점으로 고객 수익률 보호라는 구호를 내세워 '반강제적' 후강퉁 잔고 제로화 작업에 착수했다. 그 선봉에는 그동안 중국 유망론을 설파했던 윤용암 사장이 있다. 윤 사장은 지난 5월까지도 "최근 중국 증시 조정신호가 나왔지만 장기적으로 대단히 유망한 시장"이라며 낙관론을 펼쳤지만 그 기억은 스스로 지워버린 듯하다.
불과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그는 "중국은 성숙하지 않은 시장"이라며 "이러한 위험구간은 피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대신 윤 사장의 시선은 '연말까지 충분히 좋은 흐름을 보일 수 있는 선진시장' 일본을 향하고 있다. 변동성에 한번 '데인' 삼성증권에게 차분한 일본의 매력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일까. '선진시장'인 일본 관련 투자 상품 라인업을 구성하기 위한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 윤 사장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수근거림이 만만치 않다. 다수의 대형 증권사 고위 임원들은 윤 사장의 이러한 행보가 증권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기도 한다. 시장 판단과 투자전략에 대한 윤 사장의 책임감 부족을 지적한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중국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관련 자산을 '제로화'하는 증권사는 어디에도 없다. 국내 경제와 중국의 연계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버릴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을 포함한 일부 증권사들이 최근 분할 매수 관점에서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며 포지션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고점에 투자한 고객들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은 삼성증권의 이번 결정이 가장 분노를 사는 부분이다. 윤 사장의 말대로 중국이 정말 유망한 시장이라면 현 시점에서 손실을 감내하고 모두 털어내야 한다는 '경고'는 더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시끄러운 '위험구간'은 피하고 보겠다는 삼성증권의 의지는 확고하다. 중국이 다시 평온한 모습을 되찾으면 그때 다시 '승선' 명령을 내려도 되지 않겠느냐는 진단인 듯하다.
투자자들이 입은 상처는 따갑고 쓰리지만 삼성증권은 어르고 달래며 믿어달란다. '고객 수익률 관리'라는 그럴듯한 포장지로 덮어버린 '책임 회피'의 민낯을 보고 있자니 씁쓸하기 그지 없다.
삼성증권은 알고 있을까. 투자자들이 지금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시장의 변동성이 아니라 언제 다시 반복될지 모르는 선장의 '변심'이라는 것을.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