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은 좋은데…브라질국채 국고채30년물 이어 전략실패 데자뷔?"
[뉴스핌=박민선 기자] 휘청이는 중국 증시에 삼성증권이 진땀을 빼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1월 후강퉁 시행 후 투자자들과 중국증시의 연결 고리를 자청하며 중국 투자 '붐'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상하이 증시의 급락으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되며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190조원에 육박하는 고객예탁자산으로 거머쥔 증권업계 '자산관리 최강자' 타이틀도 위협받을 처지에 놓였다.
특히 최근 수년간 '쓴 맛'을 봤던 브라질국채와 국고채 30년물에 이어 이번 중국 투자전략 마저 실패하면 전략 실패의 '3단 콤보'라는 오명을 남길 수 있어 삼성의 초조함은 심화되는 상황. 증권업계 일각에선 삼성증권이 그동안 고객 포트폴리오 다각화하는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투자 권고의 적극성에 비해 적절한 출구전략 제시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 후강퉁 점유율 60%, 수수료 재미 쏠쏠했지만…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후강퉁 시행 이후 지난 6월 현재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 규모는 9조9000억원 수준으로 전월의 6조8400억원 대비로도 증가세다.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595억원에서 733억원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삼성증권의 국내 후강퉁 거래 시장점유율은 무려 60%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 이후 중국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삼성증권은 해외 주식시장에 대한 리서치 경쟁력을 내세워 중국 투자의 선봉에 나선 것.
이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삼성증권의 후강퉁 위탁매매 수탁고는 올 상반기 중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압도적이다. 실제 지난 2014년 1분기 기준 4억원 가량이던 해외주식 중개 수수료는 1년 새 102억원(2015년 1분기)으로 늘어나며 무려 255%의 쾌거를 냈다.
하지만 상하이 증시가 최근 15거래일동안 30% 가까운 급락세를 보이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상하이 지수는 지난달 12일 5166.35포인트를 찍은 뒤 추락하면서 현재 3700대에서 줄다리기 중이다. 중국 당국이 증시 안정을 위해 2차 부양책을 내걸었지만 급락하던 증시에 브레이크 역할을 할 것인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실제 6일 기준 삼성증권이 제시한 중국 10대 추천종목 가운데 편입일 대비 플러스 성과를 기록 중인 종목은 항천정보 단 한개에 그쳤다. 지난 5월 13일 추천한 동방명주의 주가는 반토막났고 보리부동산도 30% 가깝게 떨어진 상태다.
삼성증권은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중국 투자에 대한 비중 축소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들도 상하이 지수 5000선을 기점으로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 선회를 시도했던 때였다. 또 개인의 직접투자는 랩 어카운트 상품 등 증권사들이 직접 운용·관리하는 상품에 비해 투자전략의 전환 정도가 낮은 특성이 있다. 이에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게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A 증권사 자산운용관련 임원은 "삼성증권이 자산관리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절반은 성공하고 절반은 실패하는 양상"이라며 "중국의 경우 출발점은 좋았는데 현재 상황에서 앞으로 더 빠지게 되면 실패한 사례로 남을 수 있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항상 시장에 다가오는 변곡점에서의 대응이 중요한데 더 수익률을 내고 자금을 늘리겠다는 욕심이 앞서게 되면서 문제가 생긴 듯하다"며 "삼성증권이 후강퉁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큰 만큼 투자자들의 손실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B 증권사 임원은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자신이 들어간 시점을 본전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고평가된 지점을 원점으로 생각해서 주식을 쉽게 털어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증권사가 익절과 손절 기준을 확실히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보다 변동성이 심하고 특유의 도박심리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로 하여금 더 못 빠져나오게 만든다"며 "증시가 5월 한차례 조정을 거치면서 거래가 증가하고 대기 중이던 자금이 추가 유입돼 삼성증권은 오히려 매매 수수료가 증가하는 효과를 누리기도 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 "고객 수익률 향상" 윤용암 사장 특명, 효과는?
삼성증권이 강한 마케팅 전략을 내세웠다가 진땀을 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당시 브라질 국채는 고금리에 비과세 혜택을 무기로 고액 자산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5조원 넘는 판매고를 달성한 바 있지만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수익률 악화를 면치 못했다.
국고채 30년물 역시 저성장 고령화 등에 적합하다는 점을 앞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으나 금리 상승기에 따른 영향으로 아쉬운 수익률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윤용암 사장은 취임 직후 자사 임원들에게 수기(手記) 반성문을 쓰게 하며 자산관리에 더욱 주력할 것을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증시 투자에서 또다시 실패를 남긴다면 삼성에게 쓰라린 상처가 될 수 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고액 자산가들이 원하는 안정적 수익률과 절세 관련 인프라를 잘 갖춰놓고 있어 고객들이 꾸준히 찾는다"면서도 "적절한 리스크 테이킹이 되지 않는 사례가 증가한다면 아무리 높은 충성도를 가진 고객들이라고 해도 신뢰에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저금리 시대에 증권업계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나고 있는데 삼성의 경우 브랜드 밸류를 보고 선택하는 고객들도 있을 것"이라면서 "적정한 투자전략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데에서 실망을 느낀다면 상대적으로 충성도가 낮은 고객들의 이탈 현상은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4월 말부터 고객들에게 현금 비중 확대 전략을 권고했다"며 "개인 매매하시는 분들도 있어 모든 고객들이 손실을 막아내지는 못했겠지만 일부는 현금으로 전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