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업체 통해 개인 및 벤처에 대출...투자자 보호장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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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직장인 김진홍 씨(40)는 1000만원으로 대부업을 시작했다. 차량을 공유하는 카세어링 서비스 업체 ‘쏘카(SOCAR)에 연 4.5% 금리로 돈을 빌려줬다. 매달 25일 통장에 85만6944원씩(세전) 이자와 원리금이 꼬박꼬박 입금되는 것을 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난다.
김 씨는 일반적인 대부업자처럼 자치단체에 대부업 면허를 등록하지 않았고 쏘카 관계자를 만나거나 대출 심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런 투자가 가능했던 것은 P2P(개인 간 대출중개, Peer to Peer) 대출 업체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P2P 투자의 수익률이 예금금리보다는 높고 위험은 주식투자보다 낮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기계설비업체 생산직인 박모 씨는 부모님 병원비로 500만원이 급하게 필요했다. 제도권 금융회사의 대출이 어려워 대부업체를 이용하자니 30%가 넘는 대출금리가 부담이다. 그래서 P2P대출업체에서 돈을 빌리기로 했다. 웹사이트에 자신과 부인의 소득(실수령액기준), 주거종류 현황(자가 및 전세) 등 개인정보와 신청금액, 이자율 25%, 신청기간 15개월 등 대출조건을 게시했다.
그의 대출조건을 살펴본 개인투자자 5명이 P2P업체 계좌에 송금하는 방식으로 박 씨에게 투자(대출)했다. 4개월 만에 박씨는 전액을 상환했고 투자자 5명은 약정이자 25%의 4개월 치에 해당하는 이자를 받았다.
최근 핀테크 기술과 결합해 불특정 다수의 개인 투자자(대출자)와 저신용 대출자(개인과 법인)를 직접 연결해주는 P2P대출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P2P 대출시장은 3000억원 규모로 머니옥션, 팝펀딩, 8퍼센트, 어니스트펀드, 렌딧, 펀다, 테라펀딩 등 10여개 업체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출중개나 심사를 해주는 대신, 전액 외부투자자의 돈으로 대출해준다. 초저금리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적게는 5%, 많게는 25%에 이르는 이자를 받는 투자 수단을 제공한다.
수십만원에서 천만원 단위까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간편하고 빠르게 투자할 수 있어 20~40대 젊은 직장인에게 호응이 많다.
투자 방식은 P2P 업체가 웹사이트에 내놓는 대출상품을 검토해보고, 마음에 든다면 P2P업체의 전용 은행 계좌이체로 송금하면 된다. 대출자가 정상적으로 상환한다면 투자자의 통장에 이자와 원금이 그대로 입금되고 P2P업체는 중간에서 예대마진이나 수수료로 이익을 얻는다.
최고 대출이자가 25%에 달해 투자자가 이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큰 수요는 없다. 이런 초고금리 대출은 개인대출이어서 상환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신용대출은 재직증명서, 소득증명서 등 필요한 서류가 2~3종류나 되고 여신심사를 거쳐 최종 승인까지 2~3일이나 소요되는 까다로운 작업인데, P2P로 대출한다면 본인이 대부업을 한다고 생각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벤처기업과 같은 스타트업(start up) 기업에 대한 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
쏘카 대출로 호응을 얻은 8퍼센트는 최근 신생 먹거리 업체 ‘리얼씨리얼’, 여행 업체 ‘야놀자’, 국내 최대 수제 맥주샵 ‘더 부스’ 등에 대출하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들 업체에 보통 8% 금리로 대출해주고 예상 부도율 1% 금리를 제외한 5%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주는데, 사업초기인 만큼 수수료 없이 대출이자율 만큼 전액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최근에는 나이스신용평가의 개인신용등급을 활용한 개인대출에 투자하는 길도 열렸다. 가령 신용대출을 원하는 직장인이 월 소득 500만원, 나이스신용등급 5등급 등을 입력하면 금리가 10% 선에서 결정되고, 이를 본 투자자들이 낸 자금으로 P2P업체가 대출한다. 공신력 있는 신용평가사가 소득, 직장, 신용카드 사용, 부채상환 내역을 분석한 개인신용등급을 활용한 것으로 위험이 크게 낮아진다.
특화된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P2P 대출업체도 활동하고 있다. 테라펀딩은 부동산을, 키핑펀드는 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다. 펀다의 경우 포스 단말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에 특화된 대출을 하고 있다.
P2P 대출업체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대부업체로 등록하거나 저축은행을 끼고 영업을 하는 두 가지 방식의 영업 가이드라인을 따른다. 금융산업으로 정식 인정을 받지 않아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
지난 6일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클라우드펀딩법에서도 P2P 대출에 관한 내용은 없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P2P 대출업을 양성화하기 위해 올해 신설된 투자금융팀에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P2P대출금융은 대부업과 조금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 관련 제도를 만들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향이나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