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기존주택·강남 재건축 시장·30대 구매 악영향"
[뉴스핌=김승현 기자]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가 주택구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던 거치식 만기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대폭 줄이고 분할상환식 대출을 늘리기로 해서다. 이에 따라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한 투자수요 및 실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주택매매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오른 30대 내집 마련 수요자들의 주택구매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 22일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이 주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한다는 점은 부동산 구매자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가계부채 관리 방안 정책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취급시 분할상환대출을 유도하고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거치식 위주에서 분할상환 구조로 전환해 처음부터 빚을 갚아나가는 관행을 정착시키고 소득증빙을 강화한다. 담보 중심에서 상환능력 중심으로 대출시스템을 전환한다는 의미다.
<사진=김학선 기자> |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규 분양시장보다는 기존 주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분양시장의 중도금 대출은 담보대출이 아닌 신용대출이기 때문에 DTI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선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가계부채 방안은 상환능력 지표인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사실상 강화한다는 의미”라며 “이에 따라 기존 주택시장 수요는 위축될 가능성이 있지만 DTI 규제가 없는 분양시장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거치식 대출을 사실상 폐지하고 분할상환 방식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강남 재건축 시장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투자자들은 통상 당장의 원금 부담이 낮은 거치식을 선택한다. 거치식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고 이자만 내다가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팔아 시세차익을 얻기 때문.
정부 발표안에 따르면 주택구매자들은 거치식·일시상환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언제 사고팔지 등 상환 계획을 은행권에 서류로써 충분히 증빙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상 투자를 위해 거치식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분할상환 비중이 늘어나면 고가 아파트, 특히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 투자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40~5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환능력 증빙이 쉽지 않은 20~30대 젊은 층의 주택구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월 중 30대 이하의 주택 매수 비중은 25.5%로 지난해 하반기(23.1%)보다 2.4%포인트 증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위원은 “최근 20·30대는 전월세난에 떠밀려 주택 매매시장으로 뛰어들었는데 이번 대책으로 다시 월세 시장으로 떠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 주택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 정책의 시행 시점이 내년 1월이라는 점에서 규제가 시작되기 전 대출을 받자는 분위기에 하반기 주택 구입 수요가 증가해 내년에 거래절벽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