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절반' 확보하면 자력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성공 유력..현물배당ㆍ중간배당 통과 여부도 주목
[뉴스핌=김연순 기자] 삼성의 운명을 좌우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임시주주총회가 17일 오전 열린다. 삼성측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 간 표 확보전이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된 만큼 뚜껑을 열기 전까지 합병 통과 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다만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기관투자자가 합병찬성 쪽으로 표심(票心)을 드러낸 만큼, 소액주주(지분율 24.43%) 및 외국인(24.06%) 등 부동표 48.49% 표심이 합병의 키를 쥐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에 현재까지 찬성표 42% 남짓 확보한 삼성은 소액주주 지분의 절반(12%)을 확보했느냐가 합병성사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특히 소액주주 중 줄곧 합병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일성신약(2.05%)의 최종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동시에 전체 주총 출석률에 영향을 줄 외국인 주주의 투표율도 합병 성사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현재까지 확보한 찬성 지분율은 삼성그룹 특수관계인(13.82%), KCC(5.96%),국민연금(11.21%)을 합쳐 30.99%다. 여기에 국내 기관투자가 지분(11.05%)까지 합치면 찬성률은 최대(국내기관 1~2곳 반대 가능성) 42.04%로 올라간다.
삼성물산 합병 주총 출석률(투표율)은 80~85%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주총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주주 출석율 80%를 가정할 경우 삼성물산 합병안 통과를 위해서는 전체 주주 중 53.33% 이상, 85%일 경우 56.7%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삼성은 추가로 12~15% 찬성표를 확보하면 합병이 성사된다.
현재까지 합병반대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명한 곳은 엘리엇(지분율 7.12%), 메이슨캐피털(2.20%), 캐나다연기금(0.15%) 등 9.47%에 불과하다. 합병 찬반이 결정되지 않은 부동표는 소액주주 24.43%와 엘리엇·메이슨·캐나다연기금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자 24.06% 등 총 48.49%에 달한다.
이 같은 수치를 놓고 볼 때 삼성물산 합병 운명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지분율 24.43%에 달하는 소액주주다. 삼성물산이 자택방문, 광고 등을 통해 막판까지 전사적으로 소액주주 마음잡기에 나선 이유다. 삼성 입장에선 소액주주의 절반(12%)을 찬성표로 흡수하면 승기를 잡는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이 "해외에서도 외국인 주주들이 합병에 찬성하는 분들이 여럿 있다"고 밝힌 만큼 소액주주 절반의 찬성표만 확보하면 합병 통과가 확실시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액주주 절반 확보가 삼성이 합병을 자력으로 성공시키는 조건이라면, 합병 성사를 좌우할 또 하나의 주요 변수는 외국인 주주의 투표율이다. 합병 반대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엘리엇, 메이슨, 캐나다연기금 외에 외국인 주주 24.06%는 일단 부동층으로 분류된다. 다만 국제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합병반대를 투자자에게 권고한 만큼 외국인 주주는 엘리엇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엘리엇 입장에선 외국인 주주 중 몇 %나 의결권 행사로 이어지게 했느냐가 관건이다. 외국인 주주의 투표율에 따라 전체 투표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주가 엘리엇 편에 선다고 가정할 때 외국인 주주 투표율이 저조해 전체 투표율이 80% 아래로 낮아지면 삼성 입장에선 그만큼 합병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외국인 주주 상당수가 의결권을 행사해 전체 투표율을 90% 가까이 끌어올릴 경우 삼성은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다. 이에 지난 9일로 예탁결제원을 통해 외국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1차 마감됐지만, 주총 당일 상임대리인을 통한 의결권 행사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가 지난 8일 홍콩으로 출국해 주총 전까지 1주일 넘게 외국인 기관투자자에 대한 설득과 구애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해석된다.
아울러 이번 주총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합병승인 여부와 별개로 엘리엇이 주주제안한 현물배당(제2호)과 중간배당(제3호) 의안이다. 합병이라는 빅이슈에 가려져 있지만 현물배당과 중간배당 의안도 통과될 경우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
제 2호 의안은 '회사가 이익배당의 방법으로서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의 개정'이고 제 3호 의안은 '주주총회 결의로도 회사가 중간배당을 하도록 결의할 수 있는 근거를 정관에 두도록 개정하며, 중간배당은 금전 뿐 아니라 현물로도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개정'이다. 합병안과 마찬가지로 나머지 두 개도 결의를 위해서는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필요하다. 즉 2안과 3안이 주총에서 통과되기 위해선 주주 출석율 80%일 53.33% 이상, 85%일 경우 56.7%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삼성(13.82%)은 합병안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나머지 2가지 의안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엘리엇 측은 합병안은 반대하고 2안과 3안을 지지한다.
삼성 합병에 찬성한 국내 기관들은 2안과 3안에 대해서도 일제히 찬성 의사를 표명했다. 하나UBS자산운용(0.02%), 플러스자산운용(0.003%), KTB자산운용(0.13%), 사학연금(0.31%), 유리자산운용(0.064%) 등 지금까지 명시적으로 찬성의사를 밝힌 국내 기관은 모두 2안과 3안을 지지했다. 2안과 3안은 합병안과는 다른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엘리엇을 지지하는 외국인(엘리엇 포함 33.53%)중 상당수와 소액주주 중 상당수도 2안과 3안에 찬성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11.21%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2안과 3안을 지지할 경우 삼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우리 역시 2안과 3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 되더라도 현물배당과 중간배당 의안 역시 통과될 경우 삼성물산을 껍데기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만큼 삼성 입장에선 '절반의 승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