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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카식 해법 실패… 그리스 '부채탕감'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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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사헌 기자] 그리스 국민들이 전 세계를 향해 "더이상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전체 국민의 80%가 유로존 잔류를 원하지만, 지금의 방식으로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스 위기는 경제적 계산법에서 정치적 셈법으로 중심 이동했다. 그리스 채무를 일부 탕감해주고 유럽 통합경제 내에 잔류시키든지 아니면 유럽연합에 정치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이탈하게 하는  것, 두 가지 선택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에게는 새로운 기회다. 새로운 개혁프로그램을, 유로존 지도부의 구미에 맞게 제출한다면 '채무탕감'이 부분 수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좀더 수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독일은 아직 강경한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지만, 그리스 제시안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 그리스와 유로존: '뼈아픈' 공통의 이해

지난 5일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 61%의 'OXI(NO)'가 나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벼랑끝 대치 전술이 승리했다. 그는 이제 '민의'를 등에 없고 유로존 트로이카를 대면할 것이며, 유럽 지도부는 더이상 그리스인의 뜻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치프라스 총리는 유럽 채권단이 수용하기 힘든 수준의 제3차 구제금융 합의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우 유럽연합과의 공통의 이해관계가 무너지면서 '강제 퇴출'이란 결과를 받아들 가능성도 있다.

아직도 그리스와 유로존 공통의 이해관계는 '그리스의 유로연합 내 잔류'에 있다. 문제는 그리스가 잔류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참혹하다는 것을 이미 경험한 바 있고 유로존 역시 그리스를 안고 가기 위해서는 통합의 규율을 깨는 정치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이 관계의 '비극적인 면'이다.

이 공통의 이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의 고통이 잔류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그리스 국민과 유럽시민들에게 설득해야 하지만, 이 과제는 실패했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은 모두 재정적자 취약국으로, 뼈아픈 긴축정책을 수용해왔다. 이 때문에 유로존 지도부는 그리스의 시리자당에게 좀더 강경한 노선을 유지해왔다.

그리스 쯤이야 떠나보내도 별 충격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그건 큰 실수다. 유럽연합 전체 기획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존 의장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그리스의 미래를 위해 매우 유감스러운 결과"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그리스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어려운 조치와 개혁이 불가피하다"면서 "유로그룹은 그리스 당국의 계획이 나오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짧은 견해를 덧붙였다. 유럽위원회(EC)는 8일 브뤼셀에서 유로존 회원국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어려운 결정을 위해 지금 이해관계를 다시 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 "그렉시트 70%?=30% 기회!"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도이치뱅크의 분석가들은 논평을 통해 "예측불가능한 그리스 위기의 결과가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면서, "새로운 협상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유로존 탈퇴라는 대안으로 갈 것인지 빨리 결정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BNP파리바의 분석가들은 앞서 지난주 보고서에서 그리스 국민들이 '반대'하게 되면 '그렉시트' 가능성이 70%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렉시트'는 현재 그리스 국민만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유로존 지도부가 정치적 의지와 결단으로 그리스를 밀어낼 수는 있겠지만, 이는 유럽연합과 유로존의 통합성을 뒤흔드는 대가를 치러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 분석가들도 '그렉시트' 가능성이 높다지만, 신중한 입장이다.

바클레이즈와 JP모간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전체적으로 볼 때 '그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쪽으로 시각이 변했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그리스의 잔류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렉시트'란 용어를 처음 도입했던 씨티그룹의 분석가는 "[그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화되는 데는 몇개월, 심지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면서 "당분간 그리스와 채권단의 어중간한 교착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렉시트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을 70%로 높인 바클레이즈의 전략가 역시 상황이 재앙으로 가지는 않을 수 있는 여지들이 남았다고 했다. 이들은 "그리스와 유럽 지도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탕감 프로그램에 동의할 수도 있다"고 봤다.

현재 모간스탠리는 '그렉시트' 가능성을 60%로, BNP파리파가 70%, 또 소시에테제네랄이 65% 정도로 각각 제시하고 있다. BNP파리바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가능성이 20%에 그친다고 봤던 쪽이다. 또 런던 컨설팅업체 텐네오인텔리전스는 75%, 에버코어ISI는 67%, 옥스포드이코노믹스가 85%의 가능성을 예상했다.

◆ 3차 구제금융, '채무탕감'이 관건

이번 주 치프라스 총리와 유럽지도부가 다시 회동할 예정인 가운데, 협상 테이블의 분위기는 좋지 않겠지만 3차 구제금융과 함께 새로운 협상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남은 기간 동안 ECB의 긴급유동성지원 역할이 중요한데, 독자적으로 그리스의 숨통을 끊는 결정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이 번번이 실패한 것은 양자의 견해차를 좁힐 수 있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셈법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았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칼럼을 통해 "올해 봄 협상 때 그리스가 채무를 대폭 탕감받으면서도 유로존에 잔류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이를 요구했다"면서 "당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뒤에서 그리스의 입장을 지지했지만, 채권단을 주도하는 독일이 이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환기했다.

그는 "그리스가 잔류하길 원한다면 강제로 밀어낼 수 있는 길은 없다"며, 탕감이란 해법에 대해서는 "이미 독일 자신을 포함해서 과거에도 어려운 국가의 채무 탕감을 해준 사례를 수백, 아니 수천 건 찾을 수 있다"고 독일의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 교수는 "그리스 문제가 더이상 돈과 경제학이 아니라 권략과 민주주의 문제라는 비밀을 드러냈다"면서, "유럽 지도부가 5년 전 권고했던 긴축으로 그리스 경제가 25% 쪼그라들었으며 청년실업률이 60%를 넘게 만드는 초라한 결과를 맞았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 트로이카(유럽위원회, 유럽중앙은행 그리고 국제통화기금)가 이런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기를 거부한 것도 황당하지만, 아직도 추가 긴축을 강요하는 식으로 이번 사태의 교훈을 제대로 얻지 못한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그리스 구제금융이 실패한 것은 강력한 '수원국의 자기주도성(country ownership)'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면서도,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어떤 나라의 경제적 사회적 심지어 정치적 모델까지 전반적인 변화를 요구한다면, 공공기금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민간채무를 탕감하는 것이 차라리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그리스발 위기, 얕봐선 안 되는 이유

 

전문가들은 그 동안 트로이카가 그리스에 지원한 자금이 정작 필요한 곳이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앞서 투입된 공적기금은 계속 민간채권단의 돈을 갚아나가는데 사용됐고 그리스 경제성장과 개혁에는 쓰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리스 채권단이 민간은 없고 국제기구와 공적기관들로만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유로존 지도부는 "그리스가 유럽 경제애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또 채권단이 위험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면서 그리스의 벼랑끝 전술에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대항해왔다. 이런 유로존 지도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가져올 다양한 위험 요소들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마크 로이 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 되겠지만, 채무 탕감도 없이 계속 긴축만 강요하는 것이 대안이라면 차라리 이 어려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렉시트의 현실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발 금융위기의 경험을 들면서, 애초에 미국도 당국자들도 위기 원인이 되었던 모기지대출 시장의 문제는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봤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점을 환기했다. 글로벌 위기화의 핵심 원인은 금융기관의 취약성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상호연계(connectedness)였다. 

로이 교수는 그리스 사태 역시 마찬가지 위험에 노출이 됐다면서, 유럽의 경우 유럽연합과 유로존의 통합성까지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지금 그리스가 공식적으로 디폴트 상태도 아니고 유로존을 떠나지도 않은 것 자체가 호재"라면서, 서로의 체면도 살리면서 위기를 피하기 위한 공통의 이해관계를 충족할 수 있는 합의를 끌어낼수 있는 시간이 여전히 충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자문은 미국 금융시장도 그리스 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계속해서 그리스 사태는 우리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미국 증시 투자자도 극도로 유동적이고 취약한 사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단기 위험이자 장기 기회로 보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증시가 이미 높은 밸류에이션 상태이기 때문에 외부 변동성 확대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사태전개에 대해서는 ▲글로벌 주식과 그리스 채권가격 하락, 유로존 주변국과 신흥국의 부담 증대, 미국과 유로존 국채의 안전자산 수혜 예상 ▲메르켈-올랑드 등 유럽 정치인의 이니셔티브 재탈환 노력 격화 ▲그리스와 유럽지도부, 조만간 공동 합의 도출 ▲그리스 경제의 추가 악화, 정부 연금 공무원월급 지급 능력 후퇴 ▲그리스정부, 특정 차용증서(IOU) 발행 불가피. 통화 역할 ▲글로벌 차원 그리스위기 전염 방지 노력 속 유로화 약세 예상. 그렉시트 대응팀 구성 ▲이해당사자들 '플랜B' 모드로 전환 ▲ECB와 유럽안정화기구, 유럽투자은행 등 재정통합 진전 노력 ▲그리스 유로존 회원국 지위 재회복 불투명, 실패 국가로 EU 화원국 자격 유지 ▲비난 여론 비등, 이에 따라 긴급한 유럽의 교훈 내부화 지연 예상 등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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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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