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조정 진입, 이머징 24년래 최장기 하락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독일을 필두로 한 유럽 증시의 약세가 날로 두드러지는 한편 이머징마켓이 24년래 최장기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경계감이 매도 심리를 부추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 조정 경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부 투자은행(IB)은 현금 비중을 늘릴 것을 적극 권고하고 나섰다.
◆ 독일 조정 진입, 이머징 24년래 최장기 하락
9일(현지시각) 독일 DAX 지수가 공식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국채 수익률 상승에서 촉발된 주가 약세가 지속, DAX 지수는 지난 4월 고점 대비 11% 이상 떨어지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조정 영역에 들어섰다.
달러화와 유로화[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머징마켓도 예외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이머징마켓은 9일 기준 1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는 1990년 이후 최장기 하락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MSCI 신흥국 지수는 연초 이후 상승폭을 1.7%로 축소했다. 밸류에이션 역시 12개월 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11.8배로 위축됐다.
상황은 뉴욕증시도 마찬가지다. 장중 기준 9일까지 주가가 4일 연속 하락한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 비관적인 전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수가 고점을 높이고 있지만 상승을 주도하는 종목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고, 이 때문에 강세장의 영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올 여름 서머랠리가 아니라 조정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미국 9월 금리인상 가능성 경계
글로벌 증시가 도미노 하락을 연출하는 것은 미국의 9월 금리인상 가능성과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5월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인 이후 9월 긴축이 단행될 것이라는 주장에 크게 힘이 실렸고, 이는 투자자들의 매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독일 국채 수익률 급등에 상승 발목이 잡혔던 증시가 미국의 긴축 가능성에 또 한 차례 날개가 꺾였다는 얘기다.
여기에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이 여전히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도 투자심리를 냉각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HSBC 글로벌 리서치의 로버트 파커스 전략가는 “미국 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있고, 이 때문에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며 “2분기 이후 기업 이익이 늘어날 경우 주가가 상승 흐름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거 글로벌 파트너스의 마이클 간스케 이머징마켓 헤드 역시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공포가 투자심리를 강타했다”고 분석했다.
에바트레이드의 나임 애슬람 애널리스트는 “그리스와 채권국의 구제금융 협상 타결이 수차례에 걸쳐 좌절됐다”며 “그리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주가 상승 베팅을 가로막고 있다”고 판단했다.
◆ 현금 비중 늘려라
월가의 일부 투자자들은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할 때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식과 채권 모두 보유량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소시에떼 제네랄은 이날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현금 비중을 종전 권고했던 4%에서 11%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주가 조정이 두드러질 뿐 아니라 분산 투자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금융자산간 상관관계가 대폭 상승했고, 이 때문에 분산을 통한 포트폴리오 리스크 헤지가 힘든 실정이라고 소시에떼 제네랄은 강조했다.
또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 압박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유동성이 위축되고 있어 낙폭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달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될 경우 유럽을 필두로 글로벌 증시가 급반등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