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경영 강화하며 '위기 돌파' 내부 분발 촉구
[뉴스핌=이강혁 기자] 재계 주요 그룹 총수들이 달라졌다. 크고 작은 현장을 직접 발로뛰며 챙기고 있다.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을 넘어 현장을 돌며 근무시스템부터 인재관리, 기술개발까지 콕 집어 직접 지침을 내리고 있다. 원포인트 레슨인 셈이다. 대내외 경영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 돌파를 위한 분발을 촉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모습이다.
21일 4대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거의 권위적인 방식으로는 위기 대응 시기를 놓치고 주저앉을 수 있다"며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내부 분발을 독려하면서 회사가 한 방향을 보고 달려갈 수 있도록 현장경영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실 총수들의 현장행에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대다수 사업이 제조기반인 상황에서 수출전선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각종 제품의 성숙도는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데 저성장 징후마저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 대부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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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허창수 GS 회장.<사진=뉴스핌DB> |
이런 위기의식 속에서 특히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걸음을 옮기는 총수들은 전자업계 양대산맥인 삼성과 LG가 대표적이다.
단적으로 1년 넘게 병상에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영현장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자신의 경영스타일을 그룹 내부에 적용하면서 외부적으로는 격식보다는 실질적인 이익이 나도록 현장을 챙기는데 대부분의 경영시계를 맞췄다.
이 부회장은 현재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 전반을 직접 챙기면서도 반도체, 가전 등 주요 사업에서도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인수합병(M&A)과 각종 사업 제휴까지 새로운 성장을 위한 의사결정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다. 이 부회장은 사내 문화 개선 등 조직시스템을 바꾸는데도 명확한 지침을 내리고 있다. 예컨대, 이 부회장은 삼성의 의전 관행을 바꾸기 위해 해외 사업장에서의 과도한 의전 절차를 수차례 지적하며 변화를 지시했다. 그는 솔선수범 차원에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국내외 출장시 홀로 여행가방을 끌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선대 회장부터 이어져온 인재관리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술과 기능을 중시하면서 '삼성 기능인경기대회'를 직접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삼성 기능인경기대회는 이 부회장이 수상자들과 종종 식사를 함께하며 격려할 정도로 애착이 강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 부회장보다 더 적극적으로 현장을 챙기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 등 제품이 기본을 점검하고 지시하는데 집중하는 중이다. 올해 들어서만 내부 행사와 사업장을 직접 찾아 현장을 점검한 것이 6번이나 된다. 특히 충청북도에 건립한 창조경제센터를 2차례나 방문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내부 연구개발성과를 격려하고 독려하는데도 빠짐없이 참석하며 임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기술 인력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채용현장에 직접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구 회장은 지난 20일에도 서울 금천구에 있는 LG전자 가산R&D(연구개발)캠퍼스를 직접 찾았다. LG전자의 스마트폰부터 세탁기, 에어컨에 이르기까지 각종 제품들을 만져보며 꼼꼼한 지침을 내렸다. 구 회장은 "LG 제품이 고객을 만나는 첫 접점은 디자인"이라면서 "고객의 마음을 얻는 디자인을 구현해 달라"고 콕 집어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당부했다.
자동차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도 현장경영만큼 틈나는 대로 다니고 있다.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장을 잘 챙기고 있지만 정 회장도 가만히 앉아있을 상황이 아니다. 실적 악화로 고전하는 자동차 살리기에 특히 팔을 걷었다. 올해 첫 현장경영 무대는 최대 격전지인 미국이었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미국으로 날아가 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을 둘러보고 생산·판매 전략을 직접 지시했다. 이후 기아차 멕시코 공장을 찾아 건설 현황을 확인하는 등 4박5일간 쉴새 없는 강행군을 펼쳤다. 정 회장은 "그룹의 미래 경쟁력은 우리가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 개발 능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내부 분발을 강하게 독려하는 중이다.
재계 수장이자 GS그룹 총수인 허창수 회장도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현장에서부터 최고경영자까지 지속적인 혁신활동 동참을 주문하고 나섰다. 허 회장은 지난 20일 GS그룹 계열사들의 경영혁신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GS밸류크리에이션 포럼에 참석해 "다가오는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먼저 준비해야 한다"며 "변화와 혁신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