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진 30여명 동행 충북 계열사 방문..혁신 성과 및 강화방안 논의
[뉴스핌=이강혁 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16일 이른 아침 30여명의 그룹 최고경영진을 이끌고 대형버스에 몸을 실었다. 2시간 여를 달려 찾아간 곳은 충청북도 지역의 계열사 사업장과 협력사. 구 회장이 계열사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편안한 고급 승용차를 버리고 버스를 이동수단으로 택한 구 회장에게서 비장함이 느껴졌다.
구 회장의 이날 현장경영 테마는 '혁신'이다. 직접 혁신 활동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간 셈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도 최고경영진들과 현장에서의 혁신활동 성과와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했다. 산적한 업무를 뒤로 미루고 구 회장을 따라 나선 최고경영진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제공=LG> |
구 회장은 경영환경 전반을 위기 그 자체로 규정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차치하더라도, 각종 사업의 변화 흐름과 기업들간 경쟁심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지속적인 위기론 설파에도 불구하고 주력 계열사의 올 1분기 실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단적으로 그룹의 맏형인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3000억원을 겨우 넘어설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이상 빠진 숫자다.
당장의 실적을 뒤로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고민이다. 우물쭈물하다가 경쟁사에게 한참 뒤쳐진 스마트폰 사업은 G 시리즈가 일단의 성공을 거뒀지만 미래를 담보할 정도의 성공은 아니다. 애플과 삼성전자에 한참 뒤쳐진 성적표에 중국 등 신흥업체들의 추격이 빠르고 거세다.
구 회장은 이런 상황의 돌파구를 혁신활동에서 찾고 있다. 올해 들어 직접 연구개발(R&D) 인재를 찾아 발로 뛰기도 했을 정도다. 그는 지난 2월 초 그룹 차원에서 개최한 LG혁신한마당 행사에 참석해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을 고집한다면 고객의 기대를 뛰어 넘는 가치를 만들 수 없다"면서 "산업간 경계를 허무는 창의적 발상으로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혁신을 전개해 나가라"고 강조했다.
특히 원천기술 개발은 미룰 수 없는 중요한 현안이다. 한 발 앞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한 차원 높은 연구개발로 남들이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원천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올해 R&D 투자에 6조3000억원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이날 구 회장이 버스를 타고 찾은 곳도 다름 아닌 기술 혁신의 현장이다. 구 회장은 LG그룹 차원에서 특허 등을 지원하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충북지역의 LG 협력회사, 그리고 LG하우시스 공장을 잇따라 방문했다.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은 산적한 업무를 모두 미루고 이 자리에 동행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강유식 LG경영개발원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LG 최고경영진 30여명이 구 회장과 버스를 함께 타고 현장을 찾았다.
구 회장 등 LG 경영진은 충북혁신센터를 통해 특허 등을 지원받아 연구개발 중이거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이들로부터 그동안의 성과와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LG전자와 LG화학 등 계열사 협력사들의 기술 개발 사례를 공유하고 상생협력을 통한 혁신 활동을 직접 체험했다.
이후 구 회장 등 LG 경영진은 LG하우시스 페놀폼 단열재와 인조대리석 생산현장을 찾아 독자 공정기술로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확보한 사례를 점검했다. 이곳에서는 LG하우시스가 3여 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내연성 단열재 발포 독자기술을 확보, 전량수입에 의존했던 단열재 주 원재료를 국산화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LG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의 사업장 현장경영은 올해 처음 이루어진 것"이라며 "최고경영진들은 계열사의 혁신 사례를 점검하며 상생협력을 통해 더 많은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총수의 현장경영은 위기 극복 의지에 대한 강력한 전달 효과와 더불어 조직 전체에 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수단"이라며 "구 회장이 혁신 활동의 모범사례를 직접 최고경영진과 체험하고 고민하면서 현장의 생생한 경험 속에서 혁신에 대한 답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