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증거금, 마진콜, 투자자이탈 가능성 등 우려 제기
[뉴스핌=우동환 기자] 다음 달 15일부터 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이 기존 ±15%에서 ±30%로 확대된다.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투자자 보호,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의 우려감이 교차하고 있다.
거래소는 가격변동폭의 확대가 거래량 증가와 함께 가격발견 기능이 강회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코스닥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하한폭 확대에 따른 리스크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이 19일 거래소에서 가격제한폭 확대와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
이번 개정안 시행안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주식과 상장지수증권(ETN), 상장지수펀드(ETF), 수익증권의 가격제한폭이 현행 기준가격 대비 상하 15%에서 30%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개별종목의 큰 폭의 가격변동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가 새로 도입됐다.
◆ 거래소, 3중 완화장치 제시하며 "가격 발견 기능 제고"
이전에는 체결가격을 기준으로 3% 이상 가격 변동이 발생하면(코스피200 기준) 2분간 냉각기를 가지는 기존 동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사용됐다. 하지만 체결가격 기준으로 산정하다 보니 3%에 조금 못미치는 변동폭이 발생하면 연속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단점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거래소는 직전 단일가격을 기준으로 10% 이상 변동폭이 발생할 시 2분간 거래가 정지되는 정적 VI 장치를 추가로 도입했다.
또한 단일가매매의 랜덤엔드(단일가매매 임의연장)제도도 현재 일부 단일가매매에 한해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괴리가 있어야 발동이 됐던 조건부 발동에서 모든 단일가매매에 대해 30초 이내의 시간에서 무조건부로 발동하는 것으로 손봤다.
파생상품시장 단계별 가격제한폭 변경 내용 <자료=한국거래소> |
이 밖에도 주식관련 파생상품의 최종거래일 종가결정시에는 평소 보다 강화된 동적 VI발동기준 적용과 주식시장의 CB발동을 파생상품 거래에도 연동해 단계별로 적용하는 방안 등이 새롭게 적용될 예정이다.
거래소는 가격제한폭 확대에 대해 비합리적인 가격변동성이 축소되는 효과와 함께 거래량 증가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며 정적 변동성완화장치 도입 등 보완장치를 통해 투자자보호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원대 유가증권시장 본부장은 "과거 개별 종목의 가격제한폭 제도를 시행한 결과 상하한가 빈도의 감소와 투기적 거래의 축소 등으로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 제고와 시장 전체 변동성도 완화되는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급등장 이후 조정국면에서 가격제한폭 확대가 지수 하락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지나친 기우라고 강조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가격제한폭 확대가 증시 호조 상황과 맞물려 막혀있던 상한 제한폭을 늘렸다는 점에서 기회 증가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하한폭 확대로 인해 중소형주 투자자들의 투자손실 확대와 신용공여 문제, 반대매매 압박 등이 커질 것이라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 우려 반 금투업계… 공매도, 마진콜-추가증거금, 투자자 이탈 고민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에서 상한가 도달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하한폭 확대로 인한 쏠림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정적 변동성완화장치 도입 등으로 가격 변동시 유예를 준다는 점에서 시장 전체 변동성은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다만 그는 "반대로 변동폭 자체가 커졌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의 하한가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초기에는 공매도에 대한 우려도 확산될 수 있으며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가격 변동폭 확대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에 추가 증거금에 대한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산술적으로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될 경우 일부 종목의 경우 이틀 하한가를 맞으면 주가가 반 토막 날 수 있고, 4일 만에 기준가격의 4분의 1로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매도는 가격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미리 빌려 매도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되사서 차익을 실현하는 것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비중 높아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현재가격 이상으로만 주문을 내야 하는 공매도 제도의 특성과 한정된 공매도 물량을 감안할 때, 공매도가 15%이상의 가격폭락을 촉발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15% 가격 제한폭에서는 담보비율이 140% 밑으로 떨어질 경우 반대매매가 나갈 수 있는데 앞으로 30% 확대폭이 적용되면 기준이 좀 더 타이트해 질 수 있어 투자자들이 받는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도 고민을 하고 있지만, 반대매매에 앞서 마진콜 기한이 기존 +2일에서 하루 정도 단축될 수도 있다"며 "신용거래 비중이 큰 투자자들의 경우 자금 여유와 한도가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도입 전 단계로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 국내 경제가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증시 여건 역시 대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가격제한폭 확대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국내 증시에서 모든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한 적은 없지만 거의 전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한 것은 IMF 사태 등 4차례 정도 있었다"며, 이어 "돌발 변수나 큰 악재가 발생했을 경우 서킷브레이커스의 단계적 발동은 오히려 공포감을 증폭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과거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시기에는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에서 피해를 입어도 예금 등을 통해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잡을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저금리 환경에서는 하한폭 확대로 피해를 입게 되면 결국 투자자들은 손실을 회복하지 못하고 시장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