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막후조정자 행보에 정부의중 드러나
[편집자주] 이 기사는 5월 15일 오후 5시 6분 뉴스핌의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 국부펀드 CIC(중국투자공사)의 자회사인 중앙후이진공사(中央滙金 중앙회금)가 최근 보유하고 있던 A주 ETF를 대량 처분하고 있다. 중앙후이진공사는 중국 증시의 '막후 조정자'로 불리며 A주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기관투자가여서 이 같은 행보의 배경에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기금보(中國基金報)는 중앙후이진공사가 2014년 하반기 이후 상하이ETF180 등 대형 우량주를 추종하는 중국 ETF의 보유량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특히 상하이종합지수가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보였던 4월 대규모 환매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시장이 중앙후이진공사의 A주 ETF 운용 상황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에 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중앙후이진공사는 A주가 침체됐던 2013년 상반기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ETF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후 증시가 오르기 시작하며 상하이종합지수는 한때 2284포인트까지 치솟았으나,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며 6월 1849포인트까지 급락했다.
이에 중앙후이진공사는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취했다. 2013년~2014년 상반기 ETF 투자량을 지속해서 늘렸고, 2014년 하반기 상하이종합지수는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
중앙후이진공사의 A주 ETF 투자 전략과 상하이종합지수의 흐름이 유기적인 관계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중앙후이진공사를 A주의 '구세주' 혹은 '막후 조정자'로 부르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점은 A주의 가파른 상승세 속 중앙후이진공사의 A주 ETF 환매 전략이다. 2014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A주 ETF 보유량을 줄여나가다가, 올해 4월 대량으로 처분해버렸다.
4월은 3000포인트 후반대였던 상하이지수가 4400포인트를 돌파할 만큼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시기다. 그러나 지수가 급등하던 4월 화안상하이180ETF 설정계좌수는 오히려 급감했다.
5월 13일 기준, 화안상하이180ETF의 설정계좌는 12억 3000만 좌로 지난해 연말보다 73.31%가 줄었다. 올해 3월과 비교하면 69.12%가 감소해 4월 투자자의 환매가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연말 화안상하이180ETF 투자자 가운데 중앙후이진의 보유 비중은 단일 투자자로는 가장 많은 57.08%에 달했다. 당시 중앙후이진이 보유한 화안상하이180ETF의 보유량은 26억좌였는데, 5월 13일 화안상하이180ETF의 전체 설정계좌수가 12억 3000만좌로 줄었다는 것은 중앙후이진이 대규모 환매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추측게 한다.
중앙후이진은 화안상하이180ETF 외에 다른 ETF 투자량도 축소하고 있다. 화샤상하이50ETF, 화안상하이180ETF, 화샤상하이선전300ETF, 화타이보루이상하이선전300ETF의 4개 ETF는 2013년 이후 중앙후이진이 대규모로 투자한 상품들이다. 이 4대 A주 ETF의 설정계좌는 중앙후이진이 환매에 나선 후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상하이종합지수가 2000포인트 부근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던 시기 A주 ETF에 투자를 시작한 중앙후이진이 최근 2년 동안 100% 이상의 수익률을 실현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이 같은 수익률이 최근 2년 폭발적 상승세를 보인 창업판에 대한 투자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장은 더욱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중앙후이진의 A주 ETF 투자 전략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A주 진입 시기를 정확히 판단한 중앙후이진이 A주 ETF 환매에 나선 것은 시장을 떠날 때가 됐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A주 거품론에도 힘을 실어주는 근거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중국후이진의 특수한 신분도 이 기관의 '일거수 일투족'이 남다르게 여겨지는 중요 요인이다. 중앙후이진은 중국 4대 국유은행의 대주주이자 중국 국부펀드의 자회사다. 이 때문에 중앙후이진의 A주 투자 전략이 중국 정부의 '의중'을 파악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중앙후이진이 2013년 본격적으로 A주 시장에 진입해 중국 증시의 활황을 유도해 증시의 '구세주' 역할을 했다면, 올해 4월부터는 정부의 계획보다 빨리 달아오르는 증시 열기를 가라앉히기 위한 '조정자'의 역할을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