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인호 교수 “결합상품..경쟁사업자 조차 시장에서 배제 시킬 수 있다”
[뉴스핌=김기락 기자]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판매를 규제해야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합상품은 이동통신과 인터넷 등을 묶어 할인 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그동안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결합상품 판매에 지적해왔다.
서울대 이인호 교수는 11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서울대 경쟁법센터 세미나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합판매를 여타 사업자들의 것과 동일시하고 사업자들의 경쟁행위이니까 별 문제가 없다는 접근은 경제이론에서 의미하는 경쟁의 효율성 효과와는 무관한 그릇된 것”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어 “결합상품은 할인이라는 소비자 편익적 측면도 있으나,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들의 일부 경쟁행위는 동등하게 효율적인 경쟁사업자 조차 시장에서 배제 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결합은 곧 요금할인이라는 일반적 상식이 경제학적으로 보면 오류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경쟁이 결합위주로 전환되면서 현재 단품가격은 할인을 염두에 두고 높게 책정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진정한 가격할인이 아닌 착시효과일 수 있다. 즉, 결합판매가 없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but-for-price)보다 높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내 결합상품은 지배적사업자의 상품이라 할지라도 할인액이 전체 요금의 30% 이내일 경우 요금적정성 심사를 면제한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결합상품에 적용된 가격할인을 경쟁상품에 모두 몰아주고 가격-비용테스트를 시행하므로 국내와 같은 지배적사업자의 결합상품은 요금적정성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영국, 프랑스, 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소매 요금규제 유무와 별도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합판매를 금지해왔으며,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후에야 1위 사업자의 결합판매를 허용한 바 있다”며 “우리나라 규제당국도 실질적인 할인효과는 적고 경쟁 사업자에 대한 시장배제 효과는 큰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제공하는 결합판매의 반경쟁적 효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의 이 같은 입장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해 결합상품의 요금 적정성 심사를 강화해야 하는 것으로, KT와 LG유플러스 등이 그동안 주장했던 것과 같은 뜻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전문가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판매를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지대 홍명수 교수는 “실질적 진입장벽의 존재, 경쟁 발전의 가시적 경향의 부재, 사후적 규제에 의한 경쟁 구조를 보장할 수 없을 것 등의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사전 규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통신시장에서 결합판매를 사전적으로 금지한 후 경쟁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면 허용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영국도 규제기관인 Ofcom이 사전/사후 규제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홍 교수는 “사전규제는 과잉규제로서 무조건 좋은 규제가 아니라는 단정적인 이해는 바람직한 접근으로 보기 어렵다”며 “현재 이동통신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결합상품의 경우, 다른 구성상품 시장으로의 지배력 확대 가능성과 가격차별 등에 의한 이용자 불이익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후적 규제만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영남대 박추환 교수는 현재의 5:3:2의 점유율 고착화 구조로 인한 소비자 후생 손실규모가 균형적 산업구조(3:3:3) 대비 약 11조원(‘02~’13년 12년간, ‘13년 기준 8500억)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시장은 유무선 결합 상품 시장으로 마케팅 역량이 집중되고 있어, 결합상품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특히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을 통해 이동통신시장의 지배력이 유선시장으로 전이되고 있고, 결합 약정으로 인한 위약금 등 전환비용이 발생하는 등 부정적 측면이 노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그간 요금이슈 등으로 결합시장 지배력 전이 문제가 후 순위로 밀려왔으나, 경쟁패러다임이 결합상품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공정경쟁과 소비자 후생에 결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하면서 “이동통신시장 고착화 현상이 결합시장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지배력 전이를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쟁적 시장 구조 개선이 결국 사업자간 자율적 요금 경쟁을 촉진하는 기반이 되어 소비자 후생증진 유도를 기대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