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미끌어지고' vs 원자재 '껑충 뛰고'
[편집자] 이 기사는 5월11일 오전 7시40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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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배효진 기자] 4월 글로벌 자금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조정'이다.
주식과 채권 모두 얼마 전까지 상승세를 지속했지만 최근 과열 논란과 부진한 글로벌 경제지표에 강한 조정국면에 진입했다.
주식과 채권 가격이 급락하자 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불러온 주식과 채권의 수퍼사이클(장기간 가격 상승 추세)이 종료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시장은 이 같은 움직임이 단기에 그칠지 아니면 지속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국제금융센터는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달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86억99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고 전했다. 직전월인 3월 글로벌 주식시장에는 290억달러가 순유입된 바 있다.
주식시장은 연초부터 강한 랠리를 펼쳤지만 부진한 경제지표에 과열 경계감까지 고개를 들면서 가파른 하락세를 연출하고 있다.
6일 뉴욕증시는 50일 평균 이동선 밑으로 추락했다. 지난 2월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던 다우존스지수는 1만7841.98를 기록했다. 1만8000선이 붕괴된 것은 물론 50일 평균 이동선 1만7949.635도 크게 밑돌았다.
지난달 23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나스닥 지수는 4919.64로 5000선을 내줬다. 50일 평균 이동선 4959.853보다 낮은 수치다.
시장조사기관 트림탭스는 지난달 미국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385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고 집계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높다"며 "주식 수익률을 채권과 비교해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는 행위에 잠재적인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지난달 북미 주식시장에서 순유출 된 자금은 249억2300만달러로 6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조정 우려에 크게 후퇴했다. 엔저 효과에 종가 기준 2만선을 돌파하며 15년래 최고치를 썼던 일본 증시는 매도물량이 쏟아지며 1만9500선 밑으로 떨어졌다.
경기 부양책 기대로 4500선을 돌파하는 등 1년새 100% 이상 올랐던 중국 증시도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최근 5% 넘게 하락했다.
증시 부진에 지난달 아시아 주식시장에서는 81억48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주요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완화정책에 유례없는 강세를 보여온 글로벌 채권시장의 자금 유입세는 여전히 견고하다.
선진국 채권시장은 지난달 200억7900만달러가 순유입되며 17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신흥국 채권시장에도 26억1500만달러가 유입되며 6주 연속 순유입세를 이어갔다. 다만 넷째주 기관이 12억300만달러의 자금을 빼면서 순유입 규모가 축소됐다.
하지만 지나친 가격 상승에 대한 과열우려와 피로감, 폭락을 예언하는 전문가들의 발언에 채권금리가 치솟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5일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17%를 기록해 2개월래 최고치에 올랐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0.514%로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독일 10년물 국채는 ECB 양적완화에 올해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50bp(1bp=0.01%) 하락한 바 있다. 영국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1.967%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자금 유출 속도도 가파르다. 블룸버그통신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채권지수를 인용해 글로벌 채권시장의 시가총액이 6일 기준 45조1200억달러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45조5600억달러에서 4300억달러가 빠졌다. 같은 기간 글로벌 채권금리는 18bp 오른 평균 1.53%로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다.
◆ 글로벌 자금시장, 급반등 원자재 주목
한편 글로벌 자금은 급반등한 원자재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주요 원자재 가격은 미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데 따라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가파르게 반등하고 있다. 달러화가 하락하면 달러화로 표기되는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수요가 늘어 가격 상승 재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30일 94.399까지 떨어지며 9주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지난 한 달간 약 3.8% 하락한 셈이다.
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증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9% 오른 60.9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10일 이후 최고치로 최저점 대비 40% 가까이 뛰었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재고가 예상 밖 감소세를 보이며 상승을 지지했다.
글로벌 경기 가늠자로 꼽히는 구리와 철광석 가격도 상승세다. 철광석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톤(t) 당 60달러를 재탈환했다. 7월 인도분 구리는 파운드당 2.94달러를 찍으며 올 들어 최고점을 다시 썼다. 올해 최저점인 1월에서 20% 가량 오른 수준이다.
원유 등 24개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 골드만삭스 상품지수(S&P GSCI) 한달 새 12% 가까이 올랐다.
다만 원자재 가격이 수요증가가 아닌 달러화 약세의 결과라는 점에서 수퍼사이클 진입여부가 확실한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탄탄해지고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이 앞당겨 질 경우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2.9% 뛰어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다시 상승해 달러화 강세 흐름을 자극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 동안 달러/엔 환율이 130엔까지 오르고 유로/달러 환율도 95센트까지 떨어지는 등 달러화가 상승 탄력을 자랑할 것으로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