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들인 RGB 방식 사실상 포기..조직개편도 잇따를듯
[뉴스핌=김선엽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WRGB(화이트RGB)방식으로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RGB와 WRGB는 각각 OLED를 구현하는 방식 중 하나로 흰색을 표현할 때 RGB는 빨강색(R), 초록색(G), 파란색(B)을 동시에 켜는 반면 WRGB는 화이트 필름을 덧붙여 이것으로 흰색을 표현한다.
RGB 방식이 전력 소비도 크고 수명도 짧아 대형 OLED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였다.
이에 LG 측이 WRGB 방식으로 우회해 OLED TV 제품 출시에 나선 반면 삼성은 그 동안 RGB만이 진정한 OLED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수조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RGB를 통한 대형 OLED 구현이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LG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WRGB 방식을 채택, 대형 OLED 사업을 준비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까지 대형 OLED TV 시장에 본격 진입을 선언함에 따라 글로벌 OLED TV시장이 빠르게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아울러 OLED TV시장에서 삼성과 LG의 '리턴매치'도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OLED 개발 전략으로 기존의 RGB방식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 WRGB 방식으로 대형 OLED 개발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했다.
RGB 방식과 WRGB 방식 기술비교<자료 제공:LG디스플레이> |
이번 결정은 지난해 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로부터 경영진단을 받은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3개월 가량의 경영진단 결과, 현재 주요 사업들이 경쟁사에 뒤쳐지고 있음은 물론이고 미래 핵심 사업으로 꼽히고 있는 대형 OLED 사업에서도 LG디스플레이에 비해 밀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G는 어찌됐건 대형 OLED TV를 내놓고 있는데 왜 우리는 못하고 있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RGB방식을 더 이상 고수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LG가 WRGB를 통해 대형 OLED TV를 출시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인 반면 삼성은 2013년 OLED TV를 시판한 이후 관련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파일럿 라인인 V1투자와 R&D 등으로 약 2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율과 성능 면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연구개발의 방향 전환에 나선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이와 관련 "어느 쪽으로 OLED를 개발한다고 우리는 한정한 바 없다"며 "현재 기술수준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이 언제나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WRGB 방식으로 OLED TV 개발에 나섬에 따라 LG와의 재격돌도 이르면 내년 경으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사장은 6일 사장단 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대형 OLED TV 출시 시점이) 올해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전략수정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 조직개편도 잇따를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이미 OLED사업부와 LCD사업부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2013년 말 이후 통합 운영하던 LCD사업부와 OLED사업부를 다시 분리 운영한 것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WRGB 방식으로 OLED TV 개발에 나섬에 따라 추가적인 조직개편이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추가적인 조직개편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