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남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소통에 대한 의지와 능력이 사실상 낙제점으로 보인다. 오로지 누가 누구인지 가늠키 어려운 익명성에 몸을 숨긴 의사록만 확인해보란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금통위원들이 공식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바로 분기에 한번씩 진행되는 한은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자리. 그것도 금통위원 중 당시 반장(금통위원 반장은 6개월 임기로 위원들이 돌아가며 맡는다)을 맡은 한명의 위원이 하는 모두발언이다. 기자로서는 개별 금통위원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기사화 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
때문에 반장을 맡은 금통위원은 개인적 의견이든 혹은 금통위원 전반의 의견이든 금통위 입장을 대변할 의무가 있다.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으로서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대변하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문제는 누가 반장을 맡느냐에 따라 금통위원과 기자단간 오찬자리가 그야말로 밥만먹고 끝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어떤 위원은 A4 용지에 할말을 꼼꼼히 적어와 읽어 내려가는가하면 어떤 위원은 알 듯 모를 듯 에둘러 의견을 표출하기도 한다. 반면 오늘(29일)처럼 “모두발언 할 게 없다”며 “개별적인 의견은 생략하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금통위원들은 그렇잖아도 이런 저런 이유로 공개석상에 나서기를 꺼린다. 기준금리 결정이 이뤄지는 금통위 일주일전부터는 소위 묵언기간(블랙아웃기간, Blackout period)이라는 점 때문에 일체 언급을 삼간다. 금통위가 끝나도 마찬가지다. 금통위와 관련한 사항은 2주일후에 공개되는 의사록에서 확인해 보란다. 의사록 공개후에도 공개된 의사록에 다 있으니 그것을 꼼꼼히 보라 말한다.
공개되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시장 등과의 소통(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문구가 자주 눈에 띈다. 스스로 입을 닫는 금통위원들을 보면서 이같은 문구를 스스로 사문화(死文化)시키는 건 아닌지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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