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하성근(사진)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지난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나홀로 '인하' 주장을 펼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기존 25bp 인하가 아닌 '소폭 하향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은이 28일 공개한 '4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하 위원은 저물가 대응을 위한 선제조치와 경기 부양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그는 "2년반 이상 지속된 저물가 추이가 현저하게 악화될 가능성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선제조치가 필요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통화당국의 적극적인 정책의지를 보다 분명히 표명해야 한다"며 "향후 경기회복이 견고해지고 저물가 위험이 현저하게 감소될 때까지 금융완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집행할 것이라는 통화당국의 명시적인 의사표명은 금리인하 정책의 효과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 위원을 제외한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금리 수준이 유효금리 하한에 근접했다는 판단과 함께 채권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A 위원은 "올해 5월 이후 시장참가자들의 기준금리 기대를 보면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이는 당행 경제전망에 따르면 향후 경기가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물가상승률도 기저효과 등으로 점차 오름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점과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여지가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서베이 결과 중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금융기관 종사자 외에 기업체 자금담당자, 경제연구소 연구원, 대학교수 등이 포함된 경제주체 전반에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채권시장 참가자는 훨씬 높게 나타나는 것을 볼 때 채권시장 참가자의 응답에는 금리 인하에 대한 주관적인 희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B위원은 "성장 전망의 하향과 저물가 장기화로 중앙은행의 정책적 대응에 대한 주문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예측 가능한 최소한의 정책결정 룰이나 시계 등을 확립해 대내외에 공유하고 소통함으로써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고 정책비용을 합리화해 나가야 한다"며 "현 금리 수준이 유효금리 하한에 근접해 있는 만큼 경제주체들의 저금리 및 저인플레이션에 대한 반응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정책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디플레이션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과도하게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C위원은 "일본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 2000년대 이후 생산인구 1인당 실질GDP 성장률 기준으로 보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미국을 상회하였다는 점 등을 감안해 보면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Krugman 등 많은 경제학자들의 견해가 과장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필립스 커브 관계가 약해졌다는 점, 앞서 일부 위원이 언급한 Borio 등의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역사적으로 디플레이션이 반드시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유가 하락에 따라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경우 설사 약간의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경제성장을 저해시키지 않는다면 특별히 우려할 이유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촉구하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부정적인 스필오버(spillover) 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양적·질적 완화정책을 시행한지 2년이 된 일본 경제에 대한 종합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D위원은 "일본의 재정상황을 보면 국가채무 잔액이 GDP의 200%를 초과한 상황임에도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양적·질적 완화정책이 지속된다면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일본은행이 보유하게 되는 정부채권의 화폐화 정도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정도가 임계점을 넘어서서 일본의 국채금리 및 엔화 환율이 급격히 변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향후 일본경제 상황에 대해 보다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부정적인 스필오버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대응책도 강구해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가계부채 급증 문제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 모두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금리 인하를 주장했던 하 위원도 "가계부채의 과다한 증가가 민간 소비를 제약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자생적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 유의해야 한다"며 "정책당국은 부채의 질적·양적 개선을 도모할 건전성 정책수단을 준비하고 집행하는데 결코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