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펀드 1분기 4.4% 손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올들어 연이은 경제 지표 후퇴와 이익 감소 우려, 여기에 그리스 사태까지 악재가 곳곳에 포진했지만 월가의 ‘곰’들은 여전히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 뉴욕증시가 가파른 조정을 받았지만 지수가 사상 최고치와 불과 2% 이내의 거리를 두고 있는 데다 에너지 섹터를 제외한 주요 업종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
달러화[출처=블룸버그통신] |
20일(현지시각) 크레디트 스위스(CS)에 따르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에 주력하는 펀드가 올해 1분기 4.4%의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헤지펀드가 2.6%의 수익률을 올렸고, 시장중립 펀드 역시 1.6% 손실을 낸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월가의 베테랑 공매도자인 빌 플레겐스타인은 지난해 1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신규 펀드를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는 “곳곳의 악재에도 주가가 고점을 높이는 강세장에 공격적인 하락 베팅에 나설 수 있겠는가”라며 “펀드 출시 계획을 발표한 뒤 1년 이상 지났지만 여건상 실행에 옮기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상황은 다른 공매도 펀드도 마찬가지다. 초저금리에 따른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과 시장 주변의 풍부한 유동성이 주가를 밀어올리면서 하락 베팅의 설 자리를 빼앗았다는 얘기다.
램 파트너스의 제프 매튜 대표는 “주가 상승의 배경은 연준이 금융위기 직후 단행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라며 “값싼 유동성과 중앙은행과 싸우지 말라는 증시 격언이 여전히 증시를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에 따르면 롱-숏펀드는 지난해 10월 이후 상승 베팅으로 무게중심을 대폭 옮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초 이후 상당수의 롱-숏펀드가 손실을 내는 숏포지션을 청산하는 움직임이다.
공매도 펀드를 운용하는 브론트 캐피탈의 존 헴프턴 펀드매니저는 “숏베팅의 비중을 높였던 펀드매니저들이 낭패를 봤다”고 전했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S&P500 지수는 각각 29.6%와 11.4%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공매도 펀드는 각각 25%와 5.6%의 손실을 냈다.
공매도 비율이 높은 종목의 경우 오히려 증시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매도 포지션 청산을 의미하는 이른바 숏커버링에 따라 주가의 가파른 반등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공매도 비율이 유통 주식의 21%에 달했던 테슬라가 지난해 9월 사상 최저치를 찍은 뒤 27% 폭등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