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보 하락에 스페인 등 은행권 비상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국채 수익률과 시장금리가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한 데 따라 은행권이 고민에 빠졌다.
유리보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일부 회원국을 중심으로 은행권이 대출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가 국채 수익률을 마이너스로 끌어내린 데 이어 자금시장에 전례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로화 동전[출처=AP/뉴시스] |
시가총액 기준으로 7위에 해당하는 스페인의 뱅크인터는 최근 일부 모기지 대출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 은행권은 모기지를 포함한 대출자들에게 유리보를 근간으로 대출 금리를 책정한다. 고객의 신용과 담보물 가치 등에 따라 대출금리를 유리보에 비해 일정 규모로 높거나 낮게 결정하는 것이 은행권의 관행이다.
벤치마크 유리보가 떨어지는 만큼 대출 금리 역시 하락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 낙폭이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면서 은행권이 대출자에게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포르투갈의 경우 230만건의 모기지 대출 가운데 유리보에 연동해 금리가 결정되는 경우가 9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스페인 역시 대부분의 모기지 대출 금리가 12개월 유리보 금리를 근간으로 결정됐다. 현재 금리는 0.187%까지 떨어진 상태다.
은행권은 대출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답을 얻지 못한 상황이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사태 파악과 대출 마련에 팔을 걷었지만 금융업계가 만족할 만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벤치마크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경우 대출 금리를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 각 시중은행은 은행연합회에 대출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6개월 유리보 금리는 0.078%에 불과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리보가 추가 하락하거나 내림세가 중장기물로 확산될 경우 업계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전망,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은행권이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대출자가 스페인에만 수십만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자 지급 사태까지 이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출 이자 수입이 급감한 데 따른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반면 대출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부동산 중개인 호아 코엘로 다 실바는 “2008년 받은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월 450유로에서 최근 235유로로 떨어졋다”며 “경기 불황 속에 이자 비용 절감은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