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채·정부채 등 QE 매입 대상 변경할 가능성도
[뉴스핌=배효진 기자] 독일 10년 만기 국채의 마이너스 금리 진입이 임박한 것으로 전망되면서 ECB(유럽중앙은행)의 고민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로존이 지난달부터 실시한 매월 600억유로 규모의 QE(양적완화) 이후 ECB가 매입할 양질의 유로존 국채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일 국채의 마이너스 금리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규모 국채매입 프로그램의 노선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빠른 시일 내에 제로를 밑돌게 될 것이라고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로화 [사진: AP/뉴시스] |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현재 0.16%로 연초 0.54%에서 대폭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의 마이너스 영역 진입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투자자들이 정부에 돈을 빌려주고 만기까지 국채를 보유할 경우 수익은 커녕 원금을 온전히 회수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로화 약세와 금리 인하로 디플레이션을 타개하려 했던 ECB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특히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은 ECB에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이미 매입 가능한 유로존 국채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ECB가 매입할 양질의 국채 물량이 더욱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메이저 HSBC 채권리서치 글로벌 헤드는 "마이너스 금리는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기법을 쓸모없게 해 채권시장을 비정상적으로 만든다"며 "결국 원유 등 원자재와 같아져 쿠폰도 없고 투자자들은 미래 가격에 대해서만 투자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피터 고브스 씨티그룹 금리 전략가는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오는 6월 말 마이너스 금리로 떨어질 것"이라며 "ECB의 대규모 국채매입 프로그램에 상당한 압박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현재 만기 1년 이상의 미상환 독일 국채의 57%가 마이너스 금리에 있다고 집계했다. 그 중 3분의 1은 ECB가 매입 마지노선으로 정한 금리인 마이너스 0.2%를 밑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ECB가 국채매입 프로그램의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FT는 "ECB가 독일 재건은행(KfW) 등 기관들이 발행한 채권이나 주 정부 채권을 사들일 수 있다"며 "독일 국채의 물량 부족이 QE 전략을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ECB가 지난달 16일 독일 재건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매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더욱 극단적인 대안책으로는 ECB가 1일 초단기 금리인 오버나이트 예금 금리를 플러스로 전환하는 방법도 제기됐다. 현재 ECB의 오버나이트 예금 금리는 마이너스 0.20%다.
다만 FT는 오버나이트 예금 금리 인상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동등한 것으로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