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보완책, 기업 수익성↓·소비자 혜택 실효성↓·시장 회복 효과↓
[뉴스핌=김기락 기자] 단말기유통법이 또 흔들리고 있다. 법 시행 6개월 만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보완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단말기유통법 고시를 어기면서까지 정책을 밀어부쳤다는 비판도 거세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발의한 ‘단말기유통법 폐지론’이 재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갖고, 지원금 상한액을 현행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휴대폰 대리점·판매점 등 유통망이 15%의 추가 지원금을 제공하면 소비자는 최대 37만9500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선택 요금할인율을 기존 12%에서 20%로 올렸다. 선택 요금할인은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는 제도다. 중고 단말기 등으로 통신사에 가입하는 소비자의 혜택을 높인다는 게 골자다. 통신사에서 단말기를 구입하지 않고, 개통만 하는 소비자를 위해 지원금에 상응하도록 요금을 할인해주는 것이다.
◆ 요금할인제 소비자 15만명 위해 5000만 이통 소비자는 ‘뒷전’
통신 업계는 이에 대해 이통사와 소비자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정책으로 보고 있다. 요금할인제를 선택한 가입자는 지난달 기준 15만4000명에 불과, 이통 가입자가 5000만명 이상임을 감안하면 애초부터 정책 대상이 적었다는 이유에서다.
통신사 관계자는 “요금할인율 상향 조정으로 인해 이통사들이 과도한 비용 부담을 떠 안게 될 우려가 커졌으며 이는 결국 대다수 소비자들의 혜택에 악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도 “소비자 혜택 증대라는 측면에서 요금 할인율을 상향한 것이 의미있을 수 있으나, 통신사 입장에선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을 지적했다.
서울 암사동에 사는 한 소비자는 “국민 대다수에게 적용되는 정책을 먼저 시행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면서 “단말기유통법 보완책이라고 하기엔 너무 허술하다”고 의아해했다.
지원금 상한액 인상도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한액을 33만원으로 하더라도, 이 금액 모두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은 “보조금 상한을 올리는 것이 이용자 혜택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도 30만원의 상한액 만큼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 않은데 33만원까지 보조금을 올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며 상한액 인상을 반대했다.
일선 휴대폰 판매점도 마찬가지다. 대형 유통점 사장은 “정부가 지원금 상향액을 3만원 올린 정책이 얼어붙은 이통 시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왼쪽)과 최성준 방통위원장(오른쪽)이 지난달 만찬 간담회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핌 자료사진> |
◆ 조정 계획 없었던 지원금 상한액…10여일 만에 뒤집어 ‘혼선’
지난달 말까지 조정 계획이 없었던 지원금 상한액을 10여일만에 조정한 점은 미래부와 방통위의 ‘엇박자’ 정책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비판도 거세다.
방통위는 지난달 26일 전체회의에서 지원금 상한액 상향조정을 논의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당시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조정 계획이 없다”고 말했으나 불과 10여일만에 상한액을 돌연 조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래부가 먼저 요금할인율을 20% 높인 탓에 방통위가 서둘러 지원금 상한액을 높이며 종전의 입장을 뒤집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단말기유통법 고시에 따르면 보조금 상한액은 방통위가 6개월마다 정하고, 이후 요금할인율을 정한다. 미래부가 단말기유통법 고시를 어긴 것이다. 일각에선 최양희 미래부 장관 지시에 따른 조치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조규조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지난주 후반부터 의견교환이 있었다. 심도있는 의견 교류가 있었고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 긴밀하게 협의를 해왔다”고 해명했다.
한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4월 임시국회를 통해 지원금 상한선 폐지·분리공시 도입 등을 담은 단말기유통법 개정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