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로우부터 BP까지 월가 탐색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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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다국적 석유업체 로열 더치 셸의 영국 천연가스 업체 BG 인수 소식에 월가 애널리스트가 분주해졌다. 국제 유가 폭락에 따른 석유 업계의 통폐합이 이제 시작이라는 것.
일반적으로 인수합병(M&A) 물망에 오르거나 피인수가 결정될 경우 기업 주가는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월가는 잠재적인 인수 타깃을 가려내 선취매하려는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1998년 유가 급락 당시 BP의 아람코 인수가 석유 업계의 M&A 불을 당겼던 것과 흡사한 추세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BNP 파리바의 아닉 하크 리서치 헤드는 “셸의 BG 인수가 석유 메이저 업체들의 M&A 움직임을 부추길 것”이라며 “엑손을 포함한 주요 업체들이 M&A 행렬에 합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유 생산 현장[출처=AP/뉴시스] |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의 중소형 업체들이 피인수 타깃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툴로우 오일과 오피르 에너지, 토탈, 스타트오일, Eni 등이 미국 석유 메이저들의 ‘입질’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석유 업계에도 잠재적인 M&A 타깃이 없지 않다. 유가 급락 속에 중소형 업체들이 유동성 위기를 포함한 경영난을 맞았기 때문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아나다코 정유와 헤스, 마라톤 오일, EOG 리소시스 등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업체로는 셰브론과 엑손 모빌이 거론되고 있다. 유가 하락이 완만해진 데다 달러화 강세에 따른 반사이익이 발생한 만큼 미국 메이저의 유럽 기업 인수가 활발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키스 바우만 애널리스트는 “석유 업계의 M&A 움직임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유가가 폭락할 때 업계 통폐합은 역사적으로 되풀이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기에도 옥석 가리기는 필수라는 지적이다.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상대적으로 강할 수 있고, 피인수에 대한 노조의 저항이 거셀 것으로 보이는 기업의 경우 M&A 및 기대감에 따른 주가 상승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월가 전략가들은 프랑스의 토탈과 이탈리아의 Eni, 스페인의 렙솔 등이 강력한 정치적 걸림돌을 맞을 여지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그리브스의 바우만 애널리스트는 툴로우 오일이 상대적으로 높은 피인수 매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했다.
석유 탐사 부문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석유 메이저들이 자체적으로 탐사 부문에 투자를 단행하는 것보다 툴로우 오일을 인수하는 편이 비용과 성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그는 판단했다.
이 밖에 업계 애널리스트는 엔퀘스트와 프리미어 오일, 걸프 키스톤 정유 등을 매력적인 피인수 타깃으로 꼽았다.
이들 모두 지난해 여름 이후 50%를 웃도는 주가 하락을 기록해 저가 매력을 지닌 동시에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영국 석유 메이저 BP 역시 미국 기업의 인수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유럽 석유 종목은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툴로우 오일이 4% 이상 뛰었고, 엔퀘스트와 BP가 각각 2% 가까이 상승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