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금액 76조1982억원…올해 M&A 중 최대 규모
[뉴스핌=배효진 기자]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가 폭락으로 상품 시장의 수퍼사이클(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른 후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현상)이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에너지업계도 생존을 위해 M&A 흐름에 올라탔다.
BBC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세계 2위 원유 업체인 네덜란드 로열더치셸이 세계 3위 천연가스 업체 영국 BG그룹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열더치셸 <출처=블룸버그통신> |
인수가는 470억파운드(약 76조1982억원)으로 10년 만에 에너지 업계 M&A(인수합병)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인수는 500억달러에 이르는 크래프트-하인즈 딜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올 들어 가장 큰 M&A로 기록됐다.
두 업체 간 합병으로 전 세계 에너지 업계에서는 미국 셰브론을 넘어서는 '공룡'이 탄생하게 됐다.
로열더치셸은 BG그룹에 1주당 3.83파운드와 자사 주식 0.4454주를 지급하게 된다. 전날 BG그룹의 종가 13.5파운드에 50%의 웃돈을 준 것이다.
BG그룹 주주들은 합병회사 주식의 19%를 지급받게 된다. 셸은 주주들에게 올해 안으로 1주당 1.88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한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자사주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해 최소 2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일 계획이다.
시장은 이번 인수를 두고 점유율과 생존에 초점을 둔 방어적 인수로 분석한다.
BG그룹과 셸은 올 들어 자산을 상각하고 예산을 감액하는 등 유가폭락에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BG그룹은 앞서 지난 2월 유가 폭락으로 보유하고 있던 원유와 천연가스 등 60억파운드어치의 자산을 상각 처리했다. 셸 역시 지난 1월 향후 3년간 예산을 100억파운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양 사는 불필요한 지출을 아끼고 사업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셸과 BG그룹은 인수를 통해 연간 250억달러에 이르는 지출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또 셸은 기존 보유량보다 원유와 가스 비축량이 25% 늘어나고 생산량도 20% 증가한다.
벤 반 브뢰덴 셸 CEO(최고경영자)는 "이번 인수로 원유와 천연가스 부문의 2가지 강력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M&A 발표 후 BG그룹의 주가는 전날 대비 무려 37.19% 폭등한 1249파운드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셸의 주가는 같은 기간 2.63% 급락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